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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원회는 지난 9월 1일부터 경기도 안산시 선감도에서 실지조사 일환으로 진행한 유해발굴 이날 오전 현장에서 공개했다.
선감학원은 조선총독부가 태평양전쟁 전사를 키운다는 명분으로 1942년 안산시에 설립된 감화원이다. 부랑아 갱생과 교육이라는 명분으로 도심 내의 부랑아를 강제로 격리·수용했으며, 이후 1982년까지 국가폭력 수용시설로 운영돼 아동인권유린이 자행된 곳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 사건 피해자인 167명은 2020년 12월 10일 선감학원에 동의 없이 불법 입소한 사실과 강제 감금돼 학업과 취업 등 교육을 받지 못한 채 강제 노역과 구타 등인권침해를 당했다며 진실화해위원회에 진실규명을 신청했다.
위원회는 2021년 5월 27일 이 사건에 대해 조사개시를 결정하고 지난해 10월 18일 1차 진실규명 결정을 통해 중대한 인권침해라고 판단하고 후속조치를 권고한 바 있다.
위원회는 지난해 9월 26일 1차 유해 시굴을 통해 5개 봉분에서 아동으로 추정되는 치아와 유품 등을 다수 발굴했다.
2차 유해 발굴은 현재까지 40기 분묘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위원회는 15기에서 유해인 치아 210점과 금속고리 단추, 직물 끈 등 유품 27점을 확인했다. 치아는 13개 분묘에서, 유품은 8개 분묘에서 수습됐으며, 치아와 유품이 함께 발굴된 분묘는 6기다.
140호 분묘에서는 이번 발굴에서 가장 많은 치아 29점이 수습됐고, 이 분묘에서는 금속고리 단추 2점도 확인했다. 6호 분묘에서도 치아 25점과 금속고리 단추 4점, 금속 똑딱이 단추 4점 등 가장 많은 유품을 발굴했다.
4호 분묘에서는 치아 21점과 아동 허리띠로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직물 끈(16인치) 1점이 발견됐다. 10호 분묘에서는 치아 16점과 4혈 단추 2점 그리고 흑연으로 추정되는 유품 1점이 나왔다.
인류학적 감식을 담당하는 박선주 교수(충북대 명예교수)는 “현재까지 나온 치아를 분석해 봤을 때 치아 윗부분인 크라운의 발달 정도, 마모 정도를 보면 나이가 12세에서 15세로 추정된다”며 “아동이 묻힌 것으로 추정되는 작은 봉분과 맞아 떨어지는데 2016년 발굴 때와 지난해 발굴 때의 치아 윗부분 부식 상태가 심해져 몇 년 후에는 흔적도 없이 사라질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발굴을 담당한 선사문화연구원은 일부 분묘에서 치아 등 유해가 발굴되지 않은 이유로 △선감학원 아동이 7~18세로 어리다는 점 △암매장 이후 최소 40년이 흘렀다는 점 △토양 산성도가 높고 습하다는 점 △가매장 형태라는 점을 들었다.
김영배 선감학원아동피해대책협의회 회장은 “지난해와 올해 두 차례 시굴 현장을 보면서 그나마 흔적을 알 수 있는 유해인 치아의 흔적이 갈수록 풍화되고 부식이 심해지고 있는 것을 직접 확인하니 가슴이 미어진다”며 “이번 시굴을 계기로 국가와 지방정부가 신속히 나서서 선감학원 아동들이 묻혀 있는 선감학원 일대의 전면적인 유해 발굴을 시급히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위원회는 이번에 발굴된 유해와 유품은 정밀 인류학적 감식을 거쳐 행정안전부 등 관계기관과 협의해 세종 추모의 집 등에 안치할 계획이다.
위원회 관계자는 “지금까지 공식 기록에 의한 선감학원 원생 사망자는 24명에 불과하지만 두 차례 발굴을 통해 이미 45기의 아동 암매장 묘와 유해인 치아, 유물이 수습되면서 기록상 사망자 24명을 훨씬 넘어섰다”며 “국가(행정안전부)와 경기도는 유해매장 추정지에 대한 유해발굴을 신속히 추진하고 적절한 추모공간을 마련해야 하지만 1년째 발굴 권고도 미이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위원회는 이번 실지조사를 통한 선감학원 아동 암매장을 포함해 올 12월에 ‘선감학원 아동 인권침해 사건’ 2차 진실규명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