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안 죽였다"는 김신혜, 석방될 수 있을까

김은총 기자I 2019.03.07 10:30:35

재심 결정한 대법원, 형 집행정지는 X
19년째 수감 중인 김씨, 재판부에 석방 요청

[이데일리 김은총 기자]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19년째 복역 중인 김신혜(41)씨의 재심 첫 공판이 6일 오후 4시 광주지법 해남지원 제1호 법정에서 진행됐다.

형사합의 1부(김재근 지원장)의 심리 하에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공판에서 김씨는 방어권 보장을 위해 석방 상태에서 재심을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재판부에 재차 요청했다.

형사소송법 제101조에 따르면 법원은 타당한 이유가 있을 시 구속된 피고인의 집행을 정지할 수 있다. 대법원이 재심을 결정한 김씨는 무죄 추정 원칙에 따라 형이 확정되지 않은 미결수용자 신분이므로 구속집행정지를 요청할 수 있다.

무기수 김신혜씨 (사진=연합뉴스)


김씨는 2000년 3월 자신을 성추행한 아버지에게 수면제가 든 술을 마시게 하고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건 당시 범행을 자백했던 김씨는 이후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돌연 진술을 번복했다. “‘동생이 아버지를 죽였다’는 고모부의 말에 대신 벌을 받으려고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 김씨의 주장이었다.

하지만 법원은 김씨가 보험금을 노리고 아버지를 살해한 뒤 교통사고로 위장했다고 판단, 김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김씨 부친 앞으로 여러 개의 보험이 가입된 점, 시신에 외상 흔적이 없는 점, 부검 결과 수면제 성분이 발견된 점이 판단 근거였다.

이 판결은 2001년 3월 대법원에서도 그대로 인정됐고 김씨는 해당 혐의로 약 15년을 복역하게 된다.

2015년 1월 김씨는 대한변호사협회의 도움을 받아 재심을 청구했다. 그리고 같은 해 11월 광주지법 해남지원은 경찰 수사의 위법성과 강압성이 인정된다며 재심 청구를 받아들였다.

검찰의 항고와 재항고는 광주고법과 대법원이 각각 기각했다. 법원은 경찰이 영장 없이 압수수색을 한 점, 압수수색에 참여하지 않은 경찰관이 압수 조서를 허위로 작성한 점, 김씨의 거부에도 영장 없이 현장검증을 한 점 등을 재심 판단 근거로 꼽았다.

다만 대법원은 김씨 무죄 주장을 뒷받침할 새로운 증거가 없다며 김씨에 대한 형 집행정지 결정은 내리지 않았다. 재심은 받되 수감 상태에서 재판을 받도록 한 것이다.

무기수 김신혜씨 (사진=연합뉴스)


19년째 장흥교도소에 수감 중인 김씨는 이날 수형복이 아닌 사복 차림으로 법정에 출석했다.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82조에 따르면 미결수용자는 수사나 재판 등에 참석할 때 자신의 선택에 따라 사복을 입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혐의를 인정하고 선처를 호소하는 피의자는 수형복을 입고 출석하는 경우가 많지만, 무죄를 주장하는 피의자는 자신의 혐의에 대한 선입견을 없애기 위해 일부러 사복을 입고 출석하는 경우가 많다.

김씨 역시 50여 분간 진행된 이날 재판에서 부당한 수사로 수집된 증거를 재판에 사용하는 데 동의할 수 없다며 모두 배척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한 뒤 무죄를 주장했다.

재판을 마치고 법정 밖으로 나온 김씨는 “재심을 기다리거나 준비하시는 분들도 계실 텐데 이런 억울한 옥살이가 계속되지 않도록 열심히 싸워서 꼭 이기겠다”고 말했다.

김씨의 변호인인 김학자 변호사는 “공판 과정에서 다시 형 집행정지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있다”면서 김씨의 석방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았다.

김씨의 재심 두 번째 공판은 오는 25일 오후 2시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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