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돈·점수조작·성차별…檢, 채용비리 수사 5개월 만에 30명 무더기 기소

조용석 기자I 2017.12.20 12:00:00

대검찰청, 7월부터 시작한 채용비리 수사 중간결과 발표
15명 구속기소 등 30명 재판에…우리은행 채용비리 수사 중
檢 “공공기관 뿐 아니라 민간회사 채용비리도 수사대상”

채용 비리에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는 이병삼 전(前) 금융감독원 부원장보가 지난 11월 서울 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원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검찰이 본격적인 채용비리 수사에 나선지 5개월 만에 15명을 구속하고 재판에 넘겼다. 우리은행 등 상당수 채용비리 수사가 진행 중인 점을 감안하면 형사처벌 대상자는 향후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대검찰청 반부패부(부장 김우현 검사장)는 채용비리 수사와 관련해 15명을 구속기소하는 등 30명을 재판에 넘겼다고 중간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은 지난 7월 감사원 및 금융감독원 등 6개 공공기관으로부터 채용비리 수사의뢰를 받은 이후 전국 검찰청에서 수사를 벌여왔다.

검찰은 인사·채용비리 유형을 △지인 청탁형 △성(性) 차별형 △낙하산 맞춤형 △금품수수형 등 4가지로 구분했다. 대표적 공공기관 채용비리 사례로 꼽히는 강원랜드 사건은 지인 청탁과 낙하산 맞춤형, 금품수수가 동시에 드러나기도 했다.

춘천지검은 강원랜드 채용비리를 수사하면서 최흥집 전 강원랜드 사장과 염동열 국회의원의 지역보좌관인 박모씨 등 2명을 구속 기소하는 등 무려 6명을 재판에 넘겼다. 최 전 사장은 구속이 부당하다며 구속적부심을 청구했으나 기각당하기도 했다.

검찰에 따르면 최 전 사장은 2013년 강원랜드 교육생 채용과정에서 청탁 받은 이들이 합격할 수 있도록 인사 담당자에게 채용조건을 변경하도록 강요한 혐의를 받는다.

이문종 전 금융감독원 총무국장과 이병삼 전 부원장보가 연루된 채용비리는 지인청탁과 낙하산 맞춤형(조건·절차변경)이 겹친 사례다. 이들은 모두 구속 기소됐다.

이 전 국장은 김용환 NH농협지주회장으로부터 “한국수출입은행 간부 아들을 합격시켜 달라”는 청탁을 받고 수석부원장 모르게 채용 예정인원을 늘리고 면접 점수를 높게 부여하는 수법을 썼다.

또 이 전 부원장보는 지난해 7월 한 시중 은행장의 청탁을 받고 특정 지원자의 면접점수를 조작해 합격시킨 혐의를 받는다. 그는 같은 해 3월에도 서류전형 조작하거나 인성검사 부적격자를 합격시키는 등 다수의 채용비리를 주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공기관이 여성 지원자를 고의로 탈락시킨 채용비리 사건도 검찰 수사를 통해 드러났다.

박기동 전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 등은 2015년 신입사원 채용시 남성 군필자와 지역 인재를 뽑는다는 명목으로 여성 지원자의 점수는 낮추고 반대로 남성의 점수는 올렸다. 이로 인해 여성 4명이 탈락했고 남성 5명이 합격했다.

또 박 전 사장은 지난해에도 여성은 출산과 육아휴직 때문에 업무 연속성이 단절될 수 있다는 이유로 배제시키고 지역인재를 뽑는다는 명목으로 면접점수와 순위를 조작하기도 했다. 그는 검찰 수사과정에서 뇌물수수 혐의도 드러났다.

교육기관도 채용비리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진주 한국국제대 이사장인 강모씨는 전임교원인 조교수가 되게 해달라는 청탁을 받고 4000만원을 챙겼다. 또 대구지검은 예산을 지원해주는 대가로 자신의 친인척이 경북영광학교에 취업시켜달라고 청탁한 교육청 공무원을 구속기소했다.

상당수 채용비리 수사가 진행 중인 점을 감안하면 형사처벌 대상자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서울북부지검은 우리은행 신입행원 채용비리를 들여다보고 있으며 춘천지검도 강원랜드 관련 추가 수사 중이다. 또 기획재정부는 지난 8일 공공비리 채용비리를 전수조사하고 이중 위법사항이 발견된 23건을 수사의뢰했다.

검찰 관계자는 “공공기관 뿐 아니라 민간영역에서도 인사·채용비리에 대한 지속적인 단속활동을 벌여 범행이 확인되면 엄정히 처리할 예정”이라며 “현재 진행 중인 사건은 최대한 신속히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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