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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안혜신 기자] “한국 증권산업의 역사나 다름없는 KDB대우증권(006800)을 가족으로 맞이할 기회를 갖게 돼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한다. 미래에셋증권(037620)과 KDB대우증권의 합병을 통해 한국 금융산업과 자본시장의 DNA를 바꿔보고 싶다”
박현주(사진)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은 28일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대우증권 인수 우선협상자 선정에 대해 이 같은 소감을 밝혔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24일 KDB대우증권 인수 관련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업계 1위 초대형 증권사 탄생을 예고했다. 이번 인수가 마무리되면 자기자본 기준 업계 4위였던 미래에셋증권은 8조원 규모의 1위 증권사가 된다.
박 회장은 “미래에셋은 IMF 위기가 닥친 1997년에 시작된 비교적 젊은 기업”이라며 “창업 이후 계속된 금융위기와 저성장의 흐름을 이겨 오면서 끊임없이 도전하고 진화해온 미래에셋 DNA가 KDB대우증권과 같은 휼륭한 회사를 식구로 맞이할 수 있게 된 원동력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저성장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우리 사회는 더 늦기 전에 새로운 도전과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것이 이번 미래에셋의 대우증권 인수를 가능케 한 요소라는 설명이다. 박 회장은 “회사를 창업하고 나서 좋은 회사를 만들 것이라는 열정은 가지고 있었지만 대우증권을 인수할 것이라는 생각은 못했다”며 “그동안 말못했던 스트레스가 너무 커 인수가 확정된 후 사흘 연휴동안 방전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최근 투자가 위축된 사회 분위기에도 일침을 가했다. 박 회장은 “증권업계만 보더라도 최근 최대의 이익이 실현되고 있지만 새로운 시장을 찾기 보다 규모를 축소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며 “저성장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우리 사회는 더 늦기 전에 새로운 도전과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며, 이번 미래에셋의 결정은 그간 다져놓은 내실을 기반으로 규모의 경영을 이루고 한국경제에 투자를 활성화 하기 위한 절실함에서 나온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투자는 한국사회가 당면한 많은 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방안이라는 것이 박 회장의 지론이다. 저성장 고령화 문제, 내수부진, 수출 활성화 등 모든 것이 미래산업에 투자로만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라는 것이다.
박 회장은 “미래에셋이 쌓아온 투자전문가로서의 노하우와 KDB대우증권의 IB역량을 결합해 우리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는 투자 금융의 토양을 만드는데 일조하겠다”며 “앞으로 좋은 자산을 지속적으로 국내에 유인하기 위해서는 자본규모의 확대가 필요하며, 이번 인수로 확충된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세계 각지의 우량한 투자기회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겠다”고 강조했다.
증권업은 레드오션이라는 일각의 걱정에 대해서도 반대 의견을 보였다. 박 회장은 “그동안 한국사회가 경험하지 못했던 저금리 상태는 증권업 성장을 필요로 하고 있으며 따라서 증권업은 지속적인 성장산업”이라며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보한 업계 1위의 자산운용사와 미래에셋대우증권의 시너지는 1 더하기 1이 3이상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합병 법인의 이름은 ‘미래에셋대우증권’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은 “대우증권이 갖는 한국 증권사의 역사성을 생각하면 대우증권 이름 가져가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며 “과거를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고 직원들에게 자긍심 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우증권 노조를 중심으로 우려가 큰 구조조정에 대해서 ‘걱정할 것 없다’고 일축했다. 박 회장은 “한국 증권사가 합병하면 구조조정을 많이 했지만 그 부분을 참고하지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점포를 확장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번 대우증권 우선협상자 선정에 대해 시너지 효과가 적을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도 걱정할 것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 박 회장은 “자산관리에 강한 미래에셋과 투자은행(IB)나 트레이딩과 법인영업부문(홀세일)에 강한 대우증권의 결합은 케미(조화)가 대단히 잘 맞는 것”이라며 “리스크는 피하는 것이 아니라 관리하는 것이며, 대우증권 인수로 보완 가능한 만큼 미래에셋의 약점이 강점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인수금액 적절성 논란과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 개정안 논란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입장을 밝혔다. 박 회장은 “인수금액을 정확히 얘기할 순 없지만 조금 더 쓸 생각도 있었다”며 “대우증권은 미래에셋에게 그만큼 상당한 가치가 있는 회사”라고 주장했다. 여전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여전법이 왜 개정되는지에 대한 생각은 들지만 법이 바뀌면 금융회사는 따라야한다”며 “지금까지 해외 인수합병(M&A)을 하고 싶어서 자본을 비축했고 이를 사회나 정부가 인정해주길 바라지만 법이 바뀌면 따를 것”이라고 누차 강조했다.
대우증권 인수에 만족하지 않고 향후 자산운용사 등 추가 M&A 가능성도 여전함을 내비치기도 했다. 박 회장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당장은 실패하지 않을 수 있지만 천천히 도태될 것”이라며 “미래에셋그룹은 이번 인수를 계기로 자기자본이 10조를 넘게 되지만 아직도 갈증이 있다”고 언급했다.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의 통합 자산은 210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이며, 통합 법인 점포 수는 250개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