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기훈 기자] BNK금융지주 산하 BNK캐피탈이 수 백억원대 렌탈계약 분쟁에 휩싸였다. 대우조선해양 사태로 침체된 회사채시장 대안으로 꼽혔던 여신전문금융채권(여전채)시장마저 냉각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3일 투자금융(IB)업계에 따르면 BNK캐피탈은 생활가전 렌탈업체 한일월드와 체결한 540억원 규모의 음파진동 운동기 렌탈채권 회수를 놓고 한일월드는 물론 렌탈 고객들과 분쟁을 벌이고 있다. 한일월드는 지난해 5월 음파진동 운동기 무료 체험 이벤트를 벌여 1만명이 넘는 고객을 모은 뒤 음파진동 운동기 렌탈채권을 BNK캐피탈에 넘겼다. 계약은 한일월드가 체험 고객 계좌에 매달 렌탈비용을 입금하면 BNK캐피탈이 이를 찾아가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몇 개월 전부터 자금난에 빠진 것으로 알려진 한일월드가 돌연 계좌 입금을 하지 않았고 이런 와중에 BNK캐피탈이 기존과 마찬가지로 돈을 찾아가면서 고객들은 혼란에 빠졌다. 고객들이 계약의 부당함을 들어 해지를 요구하고 나서면서 계약관계의 진위성 여부를 둘러싸고 BNK캐피탈과 한일월드, 고객 간의 분쟁은 점차 심화하는 양상이다.
신용평가사들은 아직 렌탈계약 진위가 확인되진 않았지만 한일월드가 부도설과 대표 잠적설이 나돌 정도로 정상적인 영업이 어렵다는 점에서 고객들의 계약 해지가 잇따를 것으로 보고 그로 인한 손실은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BNK캐피탈이 보유한 한일월드 렌탈계약 자산 540억원은 지난 6월말 현재 회사 자기자본 4478억원의 12% 수준으로 적지 않은 규모다.
송미정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계약 해지로 회수가 불가능해진 렌탈료는 위약금과 해지 렌탈자산의 재렌탈 또는 매각 등을 통해 일부 회수가 가능할 것”이라면서도 “해당 렌탈자산의 범용성이 높지 않은데다 한일월드의 재무상황이 악화되면 정상적인 사후관리 뿐만 아니라 재렌탈 및 매각을 통한 회수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일정 수준의 손실 부담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평사들이 손실 발생 가능성과 더불어 BNK캐피탈의 허술한 리스크 관리 능력을 지적하며 신용등급 하향조정 가능성을 시사하자 BNK캐피탈은 지난 1일 시장 관계자들을 초청해 긴급 설명회를 열고 사태 수습에 나섰다. 이 자리에서 BNK캐피탈은 렌탈 고객들과 최대한 빨리 합의해 손실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모 그룹인 BNK금융지주도 “BNK캐피탈에 대한 모든 지원책을 강구하겠다”며 사태 수습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크레딧업계는 BNK금융지주가 지원 의지를 명확히 드러낸 만큼 이번 사태가 최악의 상황으로 가진 않을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여전채시장 전체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크다고 보고 있다. 임정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우조선해양 사태로 회사채 시장에 냉랭해진 투자자들이 여전채로 쏠리는 경향이 강했으나 BNK캐피탈 사태 탓에 여전채 시장 투자심리까지도 악화할 소지가 커졌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