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보경 기자] 코오롱(002020) 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코오롱인더(120110)스트리가 미국 화학회사와 아라미드 섬유 관련 1조 원대 소송이 1심 파기환송으로 새 국면을 맞으면서 앞으로 소송이 어떻게 진행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 항소법원은 3일(현지시간) 1심 재판부인 미 버지니아 동부법원이 코오롱에 아라미드 영업비밀에 관한 법적 책임을 인정해 9억2000만 달러(약 1조 원)를 배상토록하고 전 세계에서 아라미드 제품의 생산과 판매 등을 금지토록 한 판결을 파기해 재판을 다시 하라고 만장일치로 판결했다.
항소심에서 승소한 것은 아니지만 듀폰 측에 유리하게 내려졌던 1심 판결을 완전히 무효한 한 것이어서 코오롱 측은 ‘의미 있는 승리’라고 자평하고 있다.
코오롱은 앞으로 진행될 재판에서 불공정성 문제가 해소되고, 1심에서 배제됐던 코오롱에 유리한 증거들이 다시 채택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 항소법원은 재판을 미 버지니아 동부법원으로 다시 돌려보내면서 1심 재판을 맡았던 로버트 페인 판사가 아닌 다른 판사가 사건을 맡도록 명령했다.
로버트 페인 판사는 과거 듀폰의 법률대행 로펌인 맥과이어 우즈의 변호사로 오랫동안 근무한 경력이 있어 코오롱 측에서 판사 기피 신청을 냈던 인물이다. 1심에서는 코오롱의 판사 기피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결국 판사가 교체됐다.
또한 코오롱이 듀폰의 영업비밀을 침해한 것이 아니라는 근거가 되는 코오롱 측의 증거도 다시 체택될 전망이다. 코오롱은 듀폭이 주장하는 영업비밀이 이미 1884년 이후 진행된 듀폰과 네덜라드 악조(Akzo)와의 아라미드 소송 과정에서 모두 공개된 내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코오롱 관계자는 “1심 재판에서 배제된 증거들을 제출할 수 있게 돼 보다 공정한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최악의 경우 소송에서 패소한다고 하더라도 손해배상액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곽진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오롱이 2심 결과 발표 후 합의가 가능하다는 뜻을 비춰온 것을 감안할 때 앞으로 합의와 소송 동시 진행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합의 또는 소송 금액 수준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현재까지 언급된 1조 원 금액보다는 대폭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송이 원점으로 돌아갔을 뿐 결과가 확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코오롱은 당장 아라미드의 생산·판매량을 늘리지는 않을 계획이다.
코오롱은 현재 아라미드를 연간 5000t 규모로 생산하고 있다. 아라미드의 전 세계 시장 규모는 6만t으로 듀폰과 일본 데이진이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고, 코오롱은 약 8.3%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코오롱 관계자는 “이전에도 아라미드 생산·판매 금지에 대해서는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져 사업을 계속해왔다”며 “1심의 생산·판매 금지 명령이 무효화 되면서 아라미드 사업 관련 발목을 잡던 리스크는 해소됐지만, 소송이 완전히 끝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당장 증설을 해 생산량을 늘릴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코오롱은 이번 항소심 결과로 충당금 부담에서 벗어나게 돼 실적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코오롱은 아라미드 소송 패소에 대비해 분기당 100억 원의 충당금을 쌓아왔다. 2년간 800억 원이 충당금으로 설정돼 있었는데 이 충당금이 모두 영업이익으로 돌아가게 되면서 1분기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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