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스마트폰 업계 슈퍼스타 아이폰이 메이저리그 최고 스타였던 알렉스 로드리게스의 길을 걷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현지시간) 판매 부진에 빠진 애플을 한 물 간 메이저리그 최고 연봉자 로드리게스에 비유했다. 기량이 하향세에 있는 로드리게스는 현재 약물 복용 스캔들에 휩싸였고 은퇴 위기에 내몰린 상태다.
아이폰은 스마트폰 업계에서 지금껏 로드리게스와 같은 슈퍼스타로 군림했다. 통신사들은 아이폰을 판매하기 위해 애플과 선구매 계약을 맺었다. 이들은 ‘50% 마진율 유지’, ‘아이폰 수익 배분 불가’, ‘기기 변형 판매 금지’ 등 애플의 까다로운 조건을 전폭적으로 수용했다.
그러나 슈퍼스타 아이폰의 위상도 점차 허물어지고 있다. 지난해 9월에 출시된 아이폰5가 기대에 못미치는 판매량을 보이고 삼성전자 갤럭시S4 등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시장을 뺏기고 있기 때문이다.
WSJ는 이같은 위상 변화의 예로 미국 1위 통신사 버라이존을 들었다. 버라이존도 다른 통신사와 마찬가지로 애플과 막대한 양의 아이폰을 들여오기로 미리 계약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버라이존은 2009년말 애플과 1억달러(약 1200억원) 정도 선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이 액수는 이듬해 껑충 뛰었다. 아이폰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으면서 버라이존은 2012년까지 3년간 450억달러어치의 아이폰을 구매하기로 했다. 버라이존은 올해 애플과 235억달러 규모의 선구매계약을 했다.
그러나 아이폰 인기가 식으면서 버라이존 고민도 커지게 됐다고 WSJ는 전했다. 당초 약속했던 금액만큼 아이폰을 소화하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애플과의 관계 악화를 우려해 계약 파기 또한 힘든 실정이다.
더욱이 아이폰 인기가 삼성 갤럭시S 시리즈를 필두로 안드로이드폰에 밀리기 시작하면서 아이폰의 판매 부진은 계속될 전망이다.
WSJ는 통신사들이 삼성전자를 레버리지 삼아 애플과의 협상을 이끌어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도입 물량을 조정하거나 제품 가격 인하를 요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로도 차이나 모바일은 애플 측에 아이폰 판매 수익을 나누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