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제공] 재개발 사업을 둘러싼 시공사와 조합, 분양대행업체 간 ‘검은 거래’가 또다시 경찰에 적발됐다.
문제가 된 재개발 건축 현장은 2008년 4월 준공을 앞둔 서울 중구 황학동의 주상복합 ‘롯데캐슬’. 1만4,000여평 대지 위에 공사비 1조원을 투입, 지하 4층, 지상 33층짜리 건물 6개 동이 들어서는 초대형 사업이다.
그러나 추진 과정은 ‘비리 백화점’이라 해도 될 만큼 각종 불법행위가 판을 쳤던 것으로 드러났다. 공사비 단가 인상을 목적으로 시공사와 조합 간부 사이에 뇌물이 오갔고, 분양대행업체로 선정되지도 않은 회사가 조합 측에 금품을 제공하면서 분양과정에 개입해 상가입주 희망자들로부터 수십 억~수백 억원을 뜯어냈다.
경찰에 따르면 시공사인 롯데건설 최모(51) 부장은 2002년부터 4년간 전직 조합장 유모(63)씨가 회장으로 있는 전국재개발연합회 사무실 운영비 3억여원을 대신 냈다. 현 조합장 조모(64)씨에게도 수백만원의 금품을 건넸다. 이 결과 공사비는 평당 58만원(367만원→425만원)이나 올랐고, 피해는 고스란히 조합원들 몫으로 돌아갔다.
경찰 관계자는 “늘어난 공사비만 총 670억원에 달하며, 조합원들이 1인당 5,300만원을 더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밝혔다.
상가 분양도 비리로 얼룩지긴 마찬가지였다. 재개발 상가 분양 권한은 조합에 있고, 조합이 선정한 분양대행업체가 따로 있었는데도 S개발 대표 임모(57)씨 등 2명은 분양과정에 깊숙이 개입했다. 임씨 등은 3개 업체로부터 상가 분양대금 명목으로 16억원을 받아 가로챘고, 정식 분양대행업체로부터 상가 전체를 매입할 수 있도록 조합장 조씨와 대의원 김모(52)씨 등에 1억7,000여만원을 제공했다.
경찰은 “확인된 것 외에도 S개발이 돈을 뜯어낸 업체는 60여개에 달하며 총 500억원의 자금을 모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또 감리업체 간부 이모(45)씨는 예비역 대령 정모(56)씨를 채용한 뒤 현직 장교 2명을 통해 정씨의 군 재직시 포상경력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이 공사의 감리를 따낸 것으로 밝혀졌다. 조직폭력배도 개입됐다. 청계천 일대에서 활동하는 조폭의 간부급인 장모(50ㆍ별건 구속)씨 등은 지난해 3월 조합 측에서 800만원을 받고 총회에 동원돼 S개발의 상가 매입을 반대한다는 이유로 부조합장을 찾아가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6일 롯데건설 간부 최씨와 전ㆍ현직 조합장인 유씨, 조씨에 대해 뇌물을 주고받은 혐의로, 감리업체 이씨와 정씨에 대해선 공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이밖에 관련자 16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현역 군인 2명은 군 헌병대로 이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