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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에 따르면 하버드 법인 이사회는 이날 회의를 열어 클로딘 게이 하버드대 총장의 거취를 논의했다. 다만 이사회가 게이 총장의 거취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다. 게이 총장은 하버드대 역사상 최초의 흑인 여성 총장으로, 취임한 지 6개월도 채 되지 않았다.
게이 총장을 비롯한 미국 아이비리그 총장들은 지난 5일 미 하원 교육위원회 청문회에서 반유대주의에 대해 모호한 답변을 했다는 이유로 논란에 휩싸였다. 청문회에서 게이 총장과 샐리 콘블루스 매사추세츠공대(MIT) 총장, 엘리자베스 매길 펜실베이니아대 총장은 ‘유대인을 학살하자’는 일부 학생의 발언이 학칙 위반인지를 묻는 질문에 ‘상황에 따라 결정해야 할 문제’라는 취지로 답했다.
이에 미 정치권과 경제계에서 비난이 쏟아졌다. 미 하원은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를 대학들이 어떻게 처리했는지 조사에 착수했으며, 연방 의원 70명 이상이 이들 세 총장의 해임을 요구하는 서한에 서명했다. 결국 매길 총장은 지난 9일 사임했다.
게이 총장 역시 청문회 발언을 두고 사과했으나 유대계를 포함한 하버드 동문 1600명은 기부금을 철회하겠다며 사퇴를 압박하고 있다. 동문 기부금은 하버드 매출에 가장 비중을 차지하는 분야로 지난해 하버드 수입 58억달러(약 7조6400억원)의 45%를 차지했다.
반면 800명 이상의 하버드 흑인 동문들은 게이 총장이 반유대주의와 이슬람 혐오, 인종차별과 싸우기 위해 헌신해왔다며 그를 지지하는 서한을 발표했다.
이날까지 하버드 교수진 700여명도 게이 총장을 지지하는 탄원서에 서명했다. 하버드 교수 2300명 가운데 3분의 1에 가까운 숫자다. 이들 교수진은 “게이 총장의 해임을 요구하는 것은 하버드의 학문적 자유에 대한 약속에 어긋난다”며 “대학 지도부는 정치적 압력에 저항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미 대학가의 반유대주의 논란은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표현의 자유에 대한 논쟁으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공화당 등 보수진영에서는 미 명문대가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에 지나치게 매몰됐다고 주장해왔다.
조나 겔바흐 버클리대학 법대 교수는 “외부에서 대학가의 표현에 점점 더 많은 제약을 가하는 데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다”며 “정치인들과 기부자들은 일부 (반유대주의) 발언을 하는 사람만 제한한다고 하지만 검열이라는 유혹에 빠지기 쉬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