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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현지시간) AFP통신,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EU집행위원회와 유럽의회 등은 이날 역내 의류 사업자를 대상으로 팔리지 않는 옷과 신발 등 의류품 폐기를 금지하는 내용의 ‘에코디자인 규제’ 개정안에 합의했다. 저가 유행 의류를 대량 소비하는 이른바 ‘패스트 패션’을 단속하겠다는 취지다.
유럽에서는 섬유 소비가 음식, 주거, 자동차 다음으로 많아 환경 문제 및 기후변화와 관련해 논란이 일고 있다. 2000년대부터 패스트 패션이 침투해 유행의 변화에 맞춰 대량 생산 및 대량 폐기가 이뤄지고 있어서다. 재이용이나 재활용 비율은 22%에 그치고 있다. 의류를 폐기할 때엔 대부분 불에 태우는데, 컨설팅업체 맥킨지의 조사에 따르면 의류 관련 온난화 가스 배출은 2018년 기준 약 21억톤으로 세계 전체 배출량의 4%를 차지한다.
이에 따라 이날 승인된 개정안에는 팔리거나 반품이 된 의류품을 그대로 폐기하는 것을 금지하고, 재이용, 다른 상품에 재활용, 수선, 기부 등을 촉구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EU는 소비자가 구입한 옷이 찢어지거나 신발 바닥이 닳았을 때 얼마나 간단하게 수선할 수 있는지를 지수화해 상품 설명에 기재토록 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법안은 전환기간을 거쳐 2년 뒤 시행될 예정이다. ‘자라’ 브랜드로 유명한 스페인의 인디텍스나 유니클로 등과 같은 대기업에 우선 적용하고, 중견 기업은 6년 간 면제된다. 소기업은 면제 기간에 제한을 두지 않기로 했다. 위반시 벌칙 규정에 대해서는 각 회원국 결정에 맡기기로 했다.
EU는 의류품 이외 제품에 대해서도 에코 디자인 규제 대상으로 하고 폐기물을 최대한 억제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EU 집행위에는 법안 적용 품목 범위를 의류와 신발뿐 아니라 다른 미판매 제품에도 확대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됐다.
법안 개정을 주도한 이탈리아의 알렉산드라 모레티 유럽의회 의원은 AFP에 “지구와 우리의 건강, 경제에 매우 해로운 ‘(연료를) 확보하고, 만들고, 폐기하는’ 모델을 끝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스페인의 산업통상·관광 장관도 니혼게이자이에 “제품의 지속가능한 요소를 설계 초기 단계부터 확실히 고려하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