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혹한에 더 아픈 저소득층…실질소득·소득분배 ‘악화’

[세종=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글로벌 경제위기의 여파가 저소득층에 먼저 충격을 줬다. 1분기 소득 하위 60% 구간에 있는 1~3분위 실질소득은 4~5분위와 달리 모두 전년도 1분기 보다 뒷걸음질했다. 소득분배 정도를 나타내는 ‘균등화 처분 가능소득 5분위 배율’ 역시 2년 만에 다시 나빠졌다.

지난 1월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노인들이 인근 무료급식소에서 점심 배식을 받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사진 = 뉴시스)

통계청이 25일 발표한 ‘2023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구당 월평균 소득(명목소득)은 505만4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7% 증가했다. 2006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월평균 소득이 500만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업소득(-6.8%)과 이전소득은(-0.9%) 줄었으나 근로소득(8.6%)이 늘어난 영향이다.

하지만 물가를 반영한 실제 구매력을 나타내는 실질소득은 전년도 1분기와 똑같았다. 월급봉투에 찍힌 숫자는 늘어났으나 실질적인 가계살림은 지난해보다 나아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직전 2분기 모두 전년보다 오히려 감소해던 실질소득은 이번에도 늘어나지 못했다.

1분기 가구당 흑자액(처분가능소득-소비지출) 역시 116만9000원으로 전년대비 12.1% 줄었다.

소득분위별로는 격차가 더욱 뚜렷했다. 소득 하위 0-60% 구간에 있는 1~3분위의 실질소득은 줄어든 반면, 소득 상위 40% 이상이 있는 4~5분위는 늘었다. 1분기 전년대비 실질소득은 1분위 -1.5%, 2분위 -2.4%, 3분위 -2.1%로 모두 감소했으나 4분위에서는 0.5%, 가장 소득이 높은 5분위에서는 1.2% 각각 증가했다.

명목소득 증가율 역시 하위 20%인 1분위는 전년 대비 3.2% 증가에 그쳤으나, 5분위는 6.0%나 증가하면서 증가폭이 두배 가까이 컸다. 4분위 명목소득 증가율도 5.3%로 전체 평균(4.7%)보다 더 많이 늘어났다.

이에 따라 대표적인 분배지표인 균등화 처분 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6.45배로, 1년전 대비 0.25배 포인트(p) 높아졌다. 5분위 배율은 높을 수록 빈부격차가 크고 분배 상황이 나빠졌다는 의미다.

(자료 = 통계청)

5분위 배율은 지난해 3,4분기 계속 전년 동기대비 개선세를 보였다가 다시 나빠졌다.

이진석 통계청 가계수지동향과장은 “작년 1분기와 달리 손실보상금·방역지원금 영향이 소멸되면서 자영업자 분위가 약간 하위 분위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며 “1분위 실질소득이 감소했다는 의미는 그만큼 1분위에서 소비하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소비자물가지수가 좀 증가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