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E는 新비즈니스 모델, ‘사다리 걷어차기’ 없어야
김정태(사진) 동양대 게임학부 교수는 “P2E를 자연스러운 사용자 생태계, 게임사와 사용자간 공유경제로 바라봐야 하는데, 현재 정부는 ‘환금성’에만 초점을 맞춰 P2E 규제를 풀지 않고 있다”며 이 같이 강조했다.
P2E는 사용자가 게임을 하면서 획득한 재화나 아이템을 블록체인 생태계에서 자산으로 활용하는 모델을 의미한다. 베트남 개발사 스카이 메이비스가 2018년 출시한 ‘엑시 인피니티’가 대표적인 P2E 게임이다. 하루 최대 170만명의 이용자를 기록하는 등 P2E의 원조격으로 통한다.
위메이드(112040), 넷마블(251270), 컴투스(078340) 등 국내 대형 게임사들도 P2E 시장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하지만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만 게임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국내에선 불법이기 때문이다.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게임내 재화를 환전하는 것 자체를 금지하고 있다. 때문에 게임물관리위원회에서도 P2E 게임과 관련해 사행성 및 환금성을 지적하며 등급을 내주지 않고 있다.
김 교수는 P2E는 게임 업계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자 생태계라고 강조한다. 정부가 2006년 사행성 논란을 키웠던 ‘바다이야기’ 사태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 했다.
그는 “P2E는 게임 생태계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인데, 정부가 사행성 이슈로 계속해서 금지한다면 이는 ‘사다리 걷어차기’나 다름 없는 것”이라며 “특히 P2E 분야에서 성장 가능성이 있는 중소 게임사들은 불법이란 테두리에 갇혀 더 이상 다양한 시도를 못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자금 여유가 있는 위메이드 같은 대형 게임사들을 중심으로 P2E 독과점이 형성되고 작은 게임사들의 경우 진입 장벽이 더 높아질 수 있다”며 “대형 게임사들 위주로 플랫폼 횡포가 심해질수 있다는 점, 그리고 사용자 측면에서도 P2E 게임의 다양성이 훼손된다는 점에서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尹정부, 전향적 모습 필요…P2E 개념부터 정리해야
김 교수는 새로운 정부가 P2E에 대해 최대한 신속히 전향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언급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직전 P2E에 대한 공약을 제외하며 신중한 모습을 보인 바 있다.
그는 “당장 P2E 허용이 어렵다면 우선 P2E에 대한 개념, 소유와 권리 및 범위에 대한 부분 등을 명확히 하는 과정부터 밟아갔으면 좋겠다”며 “코인, NFT에 적용된 것만 P2E로 볼 것인지, 환금에 대한 부분도 바로 금전으로 바꾸는 것, 일종의 현물로 바꾸는 것 등 다양한데 기준이 필요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세 문제도 중요하다”며 “코인 관련 과세 표준도 마련해야 하고, 코인 매도 과정에서 현재 주식시장에 준하는 공시 의무화 제도 등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P2E 게임 자체를 우선 허용해보고 사후 보완하는 식으로 가야 한다는 게 김 교수의 주장이다. P2E에 규제 샌드박스를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그는 “규제 샌드박스를 중소 게임사(상장사 제외)들을 대상으로 도입해 일부 P2E 게임을 허용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며 “여력이 많은 대형 게임사들은 현재 별 문제가 안 된다. 중소 게임사들을 중심으로 실험을 해보고 문제가 된다면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P2E에 대해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무조건 사행성 잣대를 들이민다면 결국 우리나라 게임 산업은 글로벌 트렌드에서 뒤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바로 허용이 힘들다면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라도 정립해 나름대로 P2E 시장의 ‘룰’을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