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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물가 연간 전망 상향 가능성…“채소값 뛰고 유류세 인하 덜 반영”

이윤화 기자I 2021.12.02 11:45:09

한은 '최근 소비자물가 동향에 대한 평가' 자료 발표
11월 물가상승률 3.7%, 2012년 이후 처음 두 달 연속 3%대
고교납입금 빠지는 등 통계청 기준년 개편 등 변동성 확대
12월 3.1%만 넘는다면 연간 물가전망 2.3% 웃돌 가능성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 후반대로 예상보다 높아지면서 올해 연간 물가 상승률이 한국은행의 기존 전망 경로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의 유류세 인하 효과가 덜 반영된데다가 배추무름병 등으로 농축수산물이 급등한 영향이다. 자체 계산으로 추정해보면 12월 물가 상승률이 3.1%만 넘는다면 연간 물가 수치는 2.4%로 높아진다.

전국 가을배추 재배면적이 전년 대비 3.7% 줄고 가을장마로 포기 전체가 썩는 배추 무름병이 확산과 ‘가을 한파’까지 더해져 배추 가격이 크게 오른 가운데 대구 수성구 한 마트에서 시민들이 김장 배추를 고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은 2일 ‘최근 소비자물가 동향에 대한 평가’ 자료를 내고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달 수정경제전망에서 발표한 2.3% 보다 다소 높을 수 있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 소비자물가는 올해 4월부터 9월까지 6개월 연속 2%대를 보였으나 연말로 갈수록 오름폭이 예상과 달리 높아진 영향이다.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 전망을 상향한 것은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0월 수준(3.2%)을 웃돌 것으로 보았으나 3.7%로 나타나 상회폭이 예상보다 큰 탓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3.7% 뛰어 2012년 초 이후 처음으로 두 달 연속 3%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10월 3.2% 상승률보다도 오름폭이 커졌다.

한은 조사국은 “전년 대비 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높아진 것은 통신비 지원의 기저효과가 대부분 사라졌으나 석유류 및 농축산물 가격 상승폭이 확대된 데다 내구재, 섬유제품, 외식 등을 중심으로 수요측 물가 상승압력도 커진 탓”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소비자물가 기준 석유류 가격의 전년 대비 상승률은 지난 9월 22%에서 10월 27.3%, 11월 35.5%로 급등했다. 11월 채소가격은 2003년 이후 줄곧 전월대비 하락세를 보여왔지만 올해는 한파, 배추무름병 등으로 10월 7.4% 감소세에서 11월 9.3%로 반등하면서 전년 동월 대비 7.6% 올랐다.

한은 조사국 관계자는 “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원래 10월보다 조금 높을 것으로 봤으나 당초보다 오름폭이 컸다”면서 “통계청의 석유류 가격 조사가 통상 세 번 이뤄지는 것으로 아는데 두 번이 정부의 유류세 인하 이전에 실시돼 석유류 가격 하락분이 예상보다 적었고, 농축수산물 가격 오름세도 예년과 달리 8%대 수준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12월에도 높은 물가 수준이 이어지겠으나 현재로선 11월보단 더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제유가가 두바이 기준으로 지난 10월 배럴당 81.2달러에서 11월 1일~19일 81.2달러, 11월 22일~12월 1일 76.0달러로 낮아졌다. 여기에 지난달 12일 시행된 정부의 유류세 인하 효과는 12월 이후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 관계자는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평균이 기간 평균 10월 1712원, 11월 1737원, 12월 오니 1600원대로 1700원대보다 내려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외식물가의 상승 흐름에 더해 통계청이 5년마다 소비자물가 조사 품목과 가중치를 개편하는 것에 따라서도 연간 물가 전망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이면서 상방 변동성이 더 클 수도 있다. 물가지수 산정 때 하방 압력으로 작용했던 품목인 고교 납입금이 고등학교 무상교육 시행으로 빠진다면 물가에는 상방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은 관계자도 “외식, 가공식품은 한번 올라온 가격이 떨어지긴 어렵고 유지되더라도 1년 전과 비교하게 되면 높은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면서 “12월 물가 수치가 11월 보단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이미 많이 올라온 만큼 연간 물가 상승률은 12월 물가 수준을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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