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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당 최고위원회를 시작으로 바른미래당의 오전 시간은 당 내홍 상황을 압축적으로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손학규 대표는 공개 발언에서 여느 때처럼 당 내홍 상황에 대해 입을 닫았다. 포문은 바른정당계 최고위원이 열었다.
이준석 최고위원은 “손 대표 측근들이 단식 중인 혁신위원들을 모욕하고 저주하는 발언의 영상이 공개됐다”며 “이 모든 사단은 혁신위를 정상적으로 운영하는 것을 방해하기 위한 목적에서 기인했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권은희 최고위원은 “대표가 임명한 혁신위원장이 사퇴하고 위원은 단식 중”이라며 “그런데 (손 대표는) 아무 조치도, 대안도 마련하지 않고 있다. 당 대표로서 직무유기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손 대표가 최고위장으로 들어서며 피켓시위를 했던 혁신위원들은 최고위 안에서도 시위를 이어나갔다.
갈등은 최고위가 끝나고 폭발했다. 손 대표는 최고위 후 백브리핑에서 “위원장 선임을 노력하고 있는데 마땅한 사람이 나타나지 않는다”며 마냥 손을 놓고 있지 않음을 전했다. 평소보다 말을 줄이고 떠나려던 찰나 이기인 혁신위원(혁신위 대변인)이 손 대표를 뒤따랐다. 이 위원은 손 대표를 향해 “피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 (지도체제 개편이 담긴) 혁신안을 상정이라도 해달라”며 손 대표 뒤에서 항의했다. 하지만 손 대표는 뒤돌아보지 않고 다른 회의실로 자리를 옮겼다.
이어 오신환 원내대표가 국회 정상화와 관련 백브리핑을 시작하던 차 손 대표가 문을 열고 나왔다. 이 위원은 다시 손 대표를 따라가며 혁신위안 상정을 요구했다. 하지만 손 대표는 “위원장이 없는데 무슨 상정이냐”며 복도를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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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수습 불가능한 지경으로 흐르자 유승민 전 대표가 농성장을 찾았다. 권 위원은 유 전 대표를 만나자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잘못된 것을 끝까지 바로 잡고 싶다”며 눈물을 흘렸다. 유 전 대표는 ‘손 대표와 직접 이야기를 할 생각이 없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제가 나서서 해결될 일이라면 언제든지 나설 용의가 있다”면서도 “당 지도부가 1차적으로 해결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만약 권 위원이 다음 최고위(22일)까지 농성을 이어가면 단식은 11일째가 된다. 이는 지난해 12월 손 대표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요구하며 벌였던 9일간의 단식 기록을 뛰어넘게 되는 것이다.
이준석 최고위원은 “단식 열흘을 넘길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퇴진파) 최고위원도, 그 외 많은 단위에서도 이 사태를 엄중히 생각한다. 주말 중 다양한 연대 투쟁을 고민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