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한나기자]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2일 아시아 국가들이 외환위기에 대응해 서로 자금을 지원할 수 있는 `다자간 체제`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이 총재는 이날 오후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국제통상금융센터(CICF), 유로 50그룹, 브레튼우즈 개혁위원회 등이 공동 개최한 국제세미나에 참석, "금융통합이 진전됨에 따라 금융위기의 전염효과는 과거보다 훨씬 강해졌음을 명심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총재는 현행 위기대응 체제의 한계와 부작용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외환위기 이후 이뤄진 치앙 마이 이니셔티브(CMI)와 같은 중앙은행간 통화스왑 합의는 제한된 수준의 유동성 지원에 불과"하고, "외환위기 이후 아시아 각국들이 개별적으로 외환보유액을 대거 늘리는 바람에 `기회비용`이라는 대가를 치러야 하는 한계를 드러내기도 했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따라서 "CMI 체제하의 현행 양자간 유동성 지원 메카니즘을 다자간 체제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제안하고, 아울러 "개별국가의 급격한 환율조정에 따른 역내 경제의 불안을 방지할 수 있도록 아시아 국가간 통화협력 기반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이런 목표를 위해서는 역내 국가간 자유무역협정(FTA) 등을 통한 경제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다만 "역내 국가간 금융, 경제 발달 정도의 편차가 큰 점을 감안할 때 역내 단일통화를 목표로 하는 통화협력은 중장기적으로 검토할 과제"라고 선을 그었다.
이 총재는 `이에 앞서 개별국가별로도 금융시스템을 선진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등 선진국으로의 자본편중과 이에 따라 심화되는 글로벌 불균형 현상도 아시아 역내 자본시장의 낮은 효율성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이 총재는 "각국의 금융 선진화는 시장원리에 의한 금융효율 증진에 주안점을 둬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먼저 시장친화적인 방향으로 규제를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