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한형훈기자] LG카드가 7일째 하한가로 추락했습니다. 지금 정부는 산업은행을 내세워 LG카드 섭정을 계획중입니다. 이 과정에서 개인투자자들이 큰 피해를 입고있지만 스스로의 책임을 피할 수 없습니다. 냉정함을 유지했다면 침몰하는 LG카드號에서 탈출할 기회가 몇 번 있었기 때문입니다. 증권부 한형훈 기자가 전합니다.
개미들의 `곡소리`를 들으며 LG카드가 뒤안길로 접어듭니다. 공인된 `고리대금업`에 베팅한 개인에겐 허탈한 주권 몇 장이 주어졌습니다. 발로 뛴 LG카드 영업직원들은 더욱 안타깝습니다. 고가로 받은 우리사주가 `노비문서`로 둔갑, 직원들은 수천만원 손실이 불가피합니다.
한 증권사는 적정주가를 `43원`으로 산정, LG카드 주가는 사실상 `항복국면`에 진입했습니다. 예쁜 여배우와 흥얼댈 만큼 익숙해진 LG카드의 CF송이 초라함을 더할 뿐입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 현 정부 경제팀은 면피했습니다. 정부는 작년 봄 카드발 대란 징후를 간과했고, 연체율 추이를 놓고 장미빛 전망으로 시장 판단을 흐렸습니다. `잘되면 자기탓, 안되면 책임회피`가 몸에 밴 LG그룹 경영진들은 `휴~` 하는 안도와 함께 다른 희생양을 찾아 나섭니다.
드라마틱한 LG카드 사태에서 `템플턴 펀드`(템플턴자산운용)의 행보가 눈길을 끕니다. 템플턴은 지난해말 1000억원이 넘는 돈을 투입, LG카드 지분을 10% 가까이 매입했습니다. 이 사건은 SK그룹의 분식회계 직후 "소버린의 주식매집`과 너무나 흡사했습니다. SK 사태 당시 소버린의 주식 매집을 간과한 개인들은 `이번엔 안놓친다`며 LG카드에 불나방처럼 붙었습니다.
개인 투자가에게 템플턴은 `제 2의 소버린` 아니 `템버린` 이었습니다. 당시 `템플턴이 1대주주로 올라 감자를 저지할 것이다`, `템플턴은 뭔가를 알고 있다` 등의 추측이 무성했습니다. 템플턴은 `역발상` 투자에 대한 진수를 보여주는 듯 했습니다. 설마 하는 망설임은 외국계 펀드의 자신감에 싹 날아갔고, 수많은 개인이 매수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하지만, 며칠 후 기다리는 건 `감자 불가피`였고 `44대 1 감자`라는 폭탄이 뒤를 이었습니다. 가치투자로 유명한 템플턴 역시 `감자 한방`에 나가 떨어졌고 `템버린` 소리에 빨려간 개인들의 종자돈도 함께 산화했습니다.
오늘(13일)까지 LG카드는 7일 연속 하한가로 추락중입니다. 템플턴의 평균 매입가는 7000원으로 추정되는데 오늘 종가(1135원)을 기준으로 이미 80%가 넘는 손실을 떠안았습니다. 감자후 주가가 극적으로 올라도 짧은 시간에 상처를 씻기는 힘들 것입니다.
작년말 LG카드 감자는 `하나의 설`로 치부됐습니다. 애널리스트나 기자, 채권단 관계자에게 `감자` 표현은 금기시 됐고, 투자가들은 머니 게임에 열중했습니다.
한번은 정부 관리자 말을 인용 "감자될 수 있으니 투자에 유의하라"는 기사에 주가가 하락, edaily 게시판에 항의성 글이 쇄도했습니다. "죽일X 살릴X"부터 "손해배상 들어간다" 등 욕설과 비방이 낭자했습니다. 스캔들 난 연예인의 홈페이지 게시판과 흡사했습니다.
해당 기사가 나간 후 LG카드는 상한가에서 보합으로 밀렸습니다. 단기 투자자들의 입장에선 당연히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입니다. 하지만, 장기 성향으로 들어온 투자가라면 어땠을까요. 그때부터 지금까지 LG카드 주가는 80% 안팎 급락했습니다. 당시 기사를 보고 LG카드의 우울한 미래를 감잡은 장기 투자가가 액션을 취했다면 `휴~ 살았다` 했겠죠.
희망을 뺀 냉철한 시각으로 상황을 챙겼다면 `감자` 예측이 가능했을 것입니다. 뒷북치는 소리가 아닙니다. 당시 `감자 불가`나 `가능성 없다`는 다분히 시장의 희망을 담은 목소리였습니다. `감자`를 감잡은 애널리스트나 채권단 관계자는 말을 아끼는 상황이어서 `감자불가` 옹호론자들의 목소리가 크게 울렸을 뿐입니다.
상황이 비슷했던 외환카드를 살펴볼까요. 작년 11월 은행 계열사임에도 대주주인 론스타는 외환카드에 단호하게 `20대1 감자`를 요구했죠. `부실을 털어야 한다`는 원칙아래 카드사 문제에 `해법`을 내놓은 것입니다.
하지만 론스타 해법은 복잡한 카드사 관계자의 이해관계에 가려 큰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이를 눈여겨 봤다면 12월 이전 LG카드에서의 탈출 여부에 대해 고민했을 겁니다.
조지 소로스는 `시장 참여자들은 항상 한쪽으로 치우쳐 있다`고 강조합니다. 시장은 늘 `우세한 편견`에 압도당해 곧잘 휩쓸리고 다친다는 주장입니다. 소로스의 표현을 빌리자면, 템플턴은 `LG카드 기사회생`이라는 `우세한 편견`을 주도했고 많은 개인들이 휩쓸렸습니다.
물론 단순하지는 않습니다. 우세한 편견이 지속되거나 강화된다면 기꺼이 따르라고 소로스는 충고합니다. 아집으로 버티다간 크게 다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편견에서 빠져나와 다른 행보를 걷는 것은 바로 방아쇠를 당기는 것으로 그 타이밍은 소로스 자신이 아직도 풀고 있는 숙제라고 합니다.
시장은 역발상에 앞서 시류를 읽는 냉철한 판단을 요구합니다. `어설픈 역발상`은 시류를 쫓는 것만도 못합니다. 외국인도 고수와 하수가 당연히 존재하고 이들이 소리없이 산화하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귀가 솔깃한 목소리 보다는 차분한 의견에 귀 기울여야 합니다. 현자들은 말은 아끼고 2·3류들은 언제나 왁자지껄합니다. 외국인도 일개 개인만 못할때가 적지 않고, 풍족한 실탄으로 돈질하다가 낭패보는 것도 다반사입니다. 돈 많은 외국인이 `우세한 편견`을 만들었는지, `대세`를 이끄는 것인지 항상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냉철한 판단은 LG카드 채권단과 LG그룹 경영진, 개인 투자가등 모두에게 필요합니다. LG카드발 총성은 잠시 멎었지만, 새로운 위기가 대기중입니다. 추가 부담 주체와 카드채 거래 실종, 연체율 증가 등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