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오상용기자] 25일 노무현 대통령은 5년간 국정 책임자로서 조국의 평화통일과 국민의 복리 증진에 매진하겠다고 맹세했습니다. 오늘 하루 16대 대통령의 취임식을 지켜본 국민들은 저마다 하나씩 기대와 소망을 담아보냈을 겁니다. 취임식 현장을 지켜봤던 경제부 오상용 기자는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퇴임식을 준비하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늘(25일) 대한민국은 새 대통령을 맞이했습니다. 5년마다 열리는 연례행사일지 모르겠으나 이날 취임식을 지켜봤던 국민들의 감회는 남달랐을 겁니다. 단상에 오르기까지 숱한 곡절을 겪은 노무현 대통령이나 그의 지인(知人), 지지자들이야 더할 나위있겠습니까.
찌푸린 하늘과 쌀쌀한 날씨속에서도 취임식장을 지켰던 4만5000명의 국민들은 대통령의 말 하나, 표정 하나 놓치고 싶지 않다는 모습이었습니다. 노 대통령도 이들에게 화답하듯 "우리나라를 동북아의 번영국가로 이끌고 한반도에 드리워진 위기감을 씻어내겠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주먹을 쥐어 보이기도 했습니다. 여기저기서 우렁찬 박수와 함성이 터져 나왔고 그렇게 우리는 16대 대통령의 탄생을 지켜봤습니다.
자 그렇게 해서 참여정부의 첫페이지는 열렸습니다.
오전의 감동이 `짜안~`하고 남았던 저는 국회 정문을 나서며 `반 값`을 외치는 커피 행상 아주머니의 목소리에 퍼뜩 현실로 돌아왔습니다. 취임식장에 들어가지 못해 `공쳤다`는 즉석카메라 행상 아저씨의 푸념도 들렸습니다. `현실은 쓰다`는 각성은 행상 아저씨의 푸념에만 묻어나는게 아닙니다. 취임식 직후 고이즈미 일본총리와 콜린 파월 미국무장관을 잇달아 만났을 노무현 대통령도 오전의 여운을 털어내는데 걸리는 시간이 길지 않았을 겁니다.
진부한 이야기지만 `참여정부`는 이날의 감동을 반추하기엔 갈 길도 멀고 해야할 일도 많습니다. 경기는 작년 하반기이후 계속 낮은 포복을 하고 있고 지하철 참사로 나라안이 슬픔에 잠겼습니다. 북핵문제로 한반도는 들썩이고 미국과 우리정부간 묘한 긴장감도 느껴집니다. 소수정권으로 노무현 정부가 갖는 한계와 앞으로 풀어나가야할 개혁과제들..참 아득합니다.
오늘 하루 노 대통령은 세상에서 가장 많은 박수와 환호성을 받았을 것 같습니다. 잠시 음향분석기로 걸러볼까요. 경남 양산 효암고 3학년에 재학중인 명성자 양이 보낸 함성 속에는 "교육을 위해 힘써주시고 입시제도를 선진적으로 개혁해달라"는 기원이 녹아있습니다. 이들을 인솔한 최정훈 영어교사(34)는 "교사로서 아이들과 함께 즐겁게 가르치고 함께 배울 수 있는 교육풍토를 만들어 달라"며 박수를 쳤다는군요.
이틀전 현해탄을 건너왔다는 일본 동경 거류민단 부인회의 최금분(73) 할머니의 박수소리에는 "재일교포들이 지방참정권을 획득하기 위해 벌이는 투쟁이 외롭지 않게 해달라"는 당부가 묻어납니다. 부산 사상구 모라3동 장애자협회 회장 신영태(50)씨는 "서민들의 어려움을 달래주는 대통령, 장애인들의 고통스러운 현실을 살필 줄 아는 대통령이 돼 줄 것"을 기원했습니다.
취임식장 안내요원을 자청해 꼭두새벽 집을 나섰다는 이치영(21·인하공전)씨는 "취업 교육 프로그램을 활성화해 젊은이들에게 취업 잘되는 나라를 만들어 달라"는 소원을 전했습니다. 대선기간 노 대통령의 선거광고에 모델로 참여했다는 한신초등학교의 이현혜(11) 어린이도 "열심히 해주세요, 사랑해요"라며 수줍게 웃었습니다.
앞으로도 5년간 어딜 가든 그에게는 많은 박수세례가 쏟아질 것입니다. 그럴때면 잠시 잠깐 그 소리에 취하셔도 좋습니다. 잘하고 계시다는 주변의 이야기에 흐뭇해 하셔도 좋습니다. 다만, 현실로 돌아오는 시간은 빨라야 할 것입니다. 박수소리보다 쓴 소리에 귀기울이는 자세도 필요합니다.
이날 두손을 꼭 잡은채 취임식장을 나서는 노무현 대통령과 김대중 전(前)대통령의 모습은 인상적이더군요. 두 사람은 무슨 이야기를 나눴을까요. 그리고 5년후 노 대통령은 새 대통령에게 무슨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까요.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퇴임식을 준비해야할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