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12일(현지시간)부터 새 출입국관리시스템(EES·Entry Exit System)을 단계적으로 가동하면서, 한국을 포함한 비(非)EU 국적자는 유럽 입국 시 생체정보를 의무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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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S는 입국심사대에서 지문을 스캔하거나 얼굴 사진을 촬영해 디지털 데이터로 등록하는 방식이다. 한 번 등록된 정보는 재입국 시 자동으로 확인된다. 대상은 단기체류 비자 소지자와 무비자 입국자로, 한국인 여행객 대부분이 여기에 포함된다. 다만 EU 장기체류 비자 소지자나 회원국 시민의 가족은 예외다.
문제는 초기 시행으로 인한 ‘입국 대기 시간’ 증가다. 생체정보 등록이 처음 이뤄지는 입국 시 기존 여권 스캔보다 절차가 길어질 수 있다. 특히 여름휴가나 연말 성수기 등 유럽 여행객이 몰리는 시기에는 공항 혼잡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항공사와 여행사들은 “탑승 수속과 입국 심사에 최소 1시간 이상 추가 여유를 두라”고 조언하고 있다.
관광업계는 이 변화가 단기적으로 한국의 유럽 여행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생체정보 등록이라는 절차적 불편이 심리적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유럽 패키지나 자유여행 예약 시 초기 단계에서 혼선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특히 유럽 공항 도착 후 환승 일정이 빠듯한 상품은 일정 조정이 불가피하다.
EES는 내년 하반기 도입 예정인 전자여행허가제(ETIAS·European Travel Information and Authorisation System)와 함께 ‘이중 사전심사 체계’를 완성한다. 한국인 등 비EU 여행객은 유럽 입국 전 ETIAS를 통해 온라인으로 여행허가를 받아야 하며, 입국 현장에서는 EES를 통해 생체정보를 등록한다. 두 제도가 완전히 시행되면, 유럽 여행 절차는 지금보다 훨씬 까다로워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국내 관광산업 전반에도 파급이 예상된다. 유럽은 일본, 동남아와 함께 한국인의 주요 여행 목적지로 꼽히며, 특히 신혼여행과 장기 체류 중심의 고가 상품 비중이 크다. 여행객 감소는 항공 노선 운항률, 여행사 단체상품 수요, 현지 가이드 고용 등에 직결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제도 변화에 따른 단기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와 업계의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인재 가천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EES와 ETIAS는 유럽의 국경관리 강화라는 세계적 흐름 속에 나온 조치”라며 “사전 등록·디지털 인증 등 글로벌 여행규범 변화에 맞춰 시스템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