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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28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임 전 부장판사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임 전 부장판사의 일부 행위를 부적절한 재판관여로 볼 수 있지만 법리적으로 직권남용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임 전 부장판사는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기조실장과 공모해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재판에 관여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가토 전 지국장은 2014년 8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 전 남편 정윤회씨와의 허위 내용이 담긴 기사를 작성한 혐의(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로 재판에 넘겨졌던 인물이다.
◇중요사건 재판부에 수차례 의견 제시
임 전 부장판사는 당시 재판장에게 “기사가 허위라는 점이 확인되면 선고 전이라도 허위성을 분명히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또 2015년 12월 판결 선고 전 재판장에게 판결 선고 구술내용을 전달받아 일부 내용을 수정하도록 요구했다.
그는 아울러 2015년 8월 체포치상죄로 기소돼 재판을 받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소속 변호사들 사건과 관련해 판결 선고 직후 재판장에게 논란이 있을 만한 표현을 수정할 것을 요청했다. 아울러 2016년 1월엔 프로야구 선수들의 도박 혐의 약식명령청구 사건과 관련해 정식재판으로 회부하려던 담당 판사에게 ‘주변 의견을 더 들어보라’고 요구하고 거짓 언론대응에 나서도록 했다.
1심과 2심 모두 혐의 내용 중 △가토 전 지국장 선고공판 구술내용 사전 요구 △민변 변호사 체포치상 사건에 표현 수정 요청 △프로야구 선수 사건 의견 청취 요구에 대해선 “재판 관여행위로서 다소 부적절하다”면서도 이는 임 전 부장판사의 ‘월권행위’에 해당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해당 재판부가 임 전 부장판사 요구 이후 합법적인 재판 절차를 거쳤다는 점을 근거로 실제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임 전 부장판사의 관여는 인정하지 않았다. 법원은 “재판의 핵심 영역은 사법행정권 대상이 될 수 없다. 더욱이 임 전 부장판사의 경우 법원장 궐위나 법원장의 구체적 위임·지시를 받았다는 점이 인정되지 않아 사법행정권을 갖고 있었다고 볼 수도 없다”고 평가했다.
◇1심 “위헌”→2심·대법 “인정 안돼”
임 전 부장판사의 행위가 형법상 무죄라는 판단은 1·2심이 동일했지만 ‘위헌적 행위’인지에 대해선 판단이 달랐다. 1심은 “(임 전 부장판사의 행위는) 특정 사건의 재판 내용이나 절차진행을 유도하는 재판관여행위로서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라고 결론냈다.
하지만 2심은 “1심의 ‘위헌적 행위’ 판단은 단순히 헌법에 위반되는 하자가 있다는 뜻으로, 그 하자의 중대성까지 판단한 것은 아니다”며 “위헌적 행위라고 표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이 2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함에 따라 ‘위헌성’은 최종적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1심의 위헌성 판단은 더불어민주당이 임 전 부장판사에 대해 헌정사상 첫 법관 탄핵소추를 추진한 결정적 배경이었다. 임 전 판사가 지난해 2월 퇴임함에 따라 헌재는 지난해 10월 탄핵심판 청구가 부적합하다는 취지로 각하 결정했다.
임 전 부장판사의 이번 판결은 이른바 ‘사법농단’ 연루자로 기소된 전·현직 법관 14명 중 6번째 대법원 무죄 확정 판결이다. 나머지 8명 중 이민걸·이규진 전 고법 부장판사만 1·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핵심 당사자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4명은 3년 넘게 1심이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