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의료원 코로나 격리병동에서 일하고 있는 이보라 의사(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동대표)는 최근 환자를 입원시켜달라는 연락을 하루에도 수십 통 받지만, 이렇게밖에 답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병실이 없다는 말이 당사자에게는 ‘사형선고’가 된 것은 아닐까 퇴근 후 집에 돌아와도 잠이 오지 않는다”며 “현재 공공병원의 상황은 전쟁터 그 자체”라고 전했다.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시행 후 확진자와 위중증환자 급증세에 공공병원에서는 갑자기 진통이 오는 산모 확진자도 분만실과 신생아실 여력이 없어 받지 못하고 있다. 주 3회 투석을 해야 하는 만성신부전 환자가 닷새째 투석을 못 해 의료진이 퇴근도 못하고 야간투석을 돌리며 하루를 버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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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방역과 민생 어느 것 하나 포기할 수 없는 문제”라며 “긴급방역조치로 인해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되는 자영업자와 노동자들에게 정부가 충분한 보상과 지원을 약속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무엇보다 대형민간병원을 포함한 모든 의료자원을 총동원해 병상·의료인력 공백을 채워야한다고 강조했다.
이보라 공동대표는 “공공병원에는 이제 더 쥐어짜낼 병상이 없는 가운데 지금 이 순간에도 소위 ‘빅5’ 병원은 코로나는 남의 나라 이야기라는 듯 일상진료를 그대로 하고 있다”며 “45개 상급종합병원을 10% 동원하면 약 5000개 병상을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형민간병원에서 충분한 병상을 동원하면 코로나 중환자 진료뿐 아니라 중등도 환자들이나 중환자실에서 회복된 코로나 환자들도 같은 병원에서 관리할 수 있다는 게 단체 측 설명이다.
특히 병상 부족은 공공의료기관이 역할을 하지 않는 게 아니라 자원과 인력이 충분한 민간의료기관들이 사회적 책임을 하지 않은 데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정은 불평등끝장넷 공동집행위원장은 “거대양당 후보들이 대부분의 코로나 환자를 받아온 공공병원을 코로나 중증환자 전담으로 바꾸자고 하면서 오로지 공공의료기관만을 쥐어짜고 있다”며 “공공병원에 의존해야 하는 저소득 취약계층을 거리로 내모는 일”이라고 규탄했다.
실제 공공병원에 코로나19 환자 치료를 위해 과부화가 걸리면서 사회적 약자들은 ‘의료공백’의 직격탄을 맞았다. 공공병원이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전환되면서 서울에 사는 수많은 노숙인, 쪽방 주민, 외국인노동자, 새터민 등 사회적 취약계층이 다닐 수 있는 공공병원은 국립중앙의료원이 유일하다.
최규진 인하대 의료인문학교실 교수는 “노숙인들은 정책적으로 지정병원이 아니면 입원하지도 못하는데 해당 공공병원이 전부 코로나 전담병원이되면서 병원에 입원하고 있던 노숙인도 쫓겨난 게 벌써 1년이 지났다”며 “1년 동안 공공병원을 늘리던가 민간병원을 동원하던가, 재택치료를 위해 재택 할 수 있는 공간이라도 마련해주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현재 서울역에는 코로나19에 감염된 노숙인들이 방치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노숙인이 코로나에 감염되면 경찰과 방역요원들이 둘러싸고 공공병원에 자리가 날 때까지 기다렸지만, 이제는 더 이상 병상이 없어 길바닥에 방치하는 실정이다.
이어 최 교수는 “이주민들은 재택치료마저 통역 지원이 되지 않아 어디가 아파도 아프다고 말할 수 없고, 코로나가 확진된 중증장애인에게 긴급돌봄 활동지원사 파견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며 “공공병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사회적 약자 중엔 HIV(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 감염인도 있는데 중이염이 생겨서 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공공병원이 입원환자를 받지 않아 수술을 받기까지 1년이 걸렸다”고 전했다.
아울러 코로나19 팬데믹 시대에 공공병원의 중환자 진료역량을 키우는 장기적인 접근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나백주 좋은공공병원만들기운동본부(준) 정책위원장은 “현재의 코로나19 파도를 이겨내려면 지금 당장 민간병원의 병상이 필요하지만, 왜 진즉 공공병원의 중환자 진료역량을 더 키워내지 못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며 “공공병원 확충과 의료인력 확대에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