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부회장의 사퇴 발언이 나오자마자 하루 만에 채권단이 연말 팬택의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결정했고, 비협약 채권단도 일부 채권의 만기를 연장해달라는 박 부회장의 요청을 선뜻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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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으로 출국했던 박 부회장은 이날 귀국 후 대전 신용협동조합 연수원에서 신협의 87개 단위조합과 면담을 했다. 신협은 팬택의 비협약채권자 중 하나로, 연말 380억원 규모의 채권 만기가 돌아온다.
이 자리에서 박 부회장은 "지금까지 믿고 기다려준 신협을 위해 380억원이라는 부채를 모두 갚아야 하겠지만, 이 돈을 모두 갚는다면 회사에 부담이 크다"면서 채권 30%의 6개월간 만기 연장을 요청했다.
10분가량의 논의를 거친 신협 채권단은 만장일치로 박 부회장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이로써 팬택은 올해 말까지 신협 채권의 70%인 266억원만 상환하면 된다.
업계에서는 박 부회장의 의도대로 채권단의 워크아웃 졸업과 비협약 채권단의 일부 채권의 만기연장까지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이제 사퇴 의사 철회만 남은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지난 6일 박 부회장은 회사를 떠나 휴식을 갖겠다고 사퇴 의사를 밝혔을 때 표면적으로 내건 이유는 건강이 나빠졌다는 것이었지만, 속뜻은 연말로 예정된 팬택 워크아웃 졸업에 반대하는 일부 채권단을 향한 벼랑 끝 전략이었다.
박 부회장의 사퇴 발언이 나온 지 하루 만에 채권단은 팬택의 연말 워크아웃 졸업을 합의했고, 비협약 채권단인 신협도 10분만에 30% 채권에 대한 만기를 연장해줬다. 채권단이 박 부회장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보낸 셈이다.
박 부회장의 요구사항을 모두 들어준 채권단은 박 부회장의 사퇴 철회를 원하고 있다. 이제 공은 박 부회장에게 다시 돌아왔다.
게다가 박 부회장이 이날 신협 관계자들에게 "주식가치를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발언했다. 연말에 회사를 떠나겠다고 밝힌 사람의 발언이라고 보기 어려운 대목이다.
업계 관계자는 "박 부회장이 사퇴 카드를 꺼내 들면서 채권단에게 요구했던 것들이 모두 실현됐다"면서 "신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박 부회장의 스타일을 감안하면 채권단의 사퇴 철회 요구를 묵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팬택은 워크아웃 졸업을 위해 연말 만기가 도래하는 총 4500억원 규모의 채권을 해결해야 한다.
워크아웃에 참여한 11개 협약 채권단의 채권 2138억원은 리파이낸싱을 통해 신규 대출하는 방식으로 해결하고, 비협약 채권 2300억원은 매출 채권을 담보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발행해 갚을 예정이다.
비협약 채권자 중의 하나인 신협은 자신들이 가진 380억원의 채권 중에서 30%는 6개월간 만기를 연장해주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