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빚 900조 원 초읽기…경제 `먹구름` [TV]

신재웅 기자I 2011.08.23 19:23:36
[이데일리 신재웅 기자] 우리나라 가계빚이 2분기에만 19조원 가까이 늘어 이제는 900조 원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나타났는데요. 많은 것도 문제지만 증가속도가 여전히 빨라서 우리 경제에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신재웅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2분기 금융회사 대출과 신용카드 빚을 포함한 전체 가계신용은 876조 3천억 원.

지난해 2분기 처음 800조 원을 돌파한 가계빚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900조원에 육박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은행을 비롯한 금융회사의 가계대출이 석 달 사이 17조 8천억 원 증가했고, 이중 마이너스 통장 대출은 4조 1천억 원이나 늘었습니다.

신용카드와 자동차 할부 등을 포함한 판매신용도 1조 1천억 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은 상황에서 전월세 가격 등 체감물가 상승이 서민들의 가계대출 수요를 증가시킨 요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이규복 /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단기적으로는 경기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없겠지만 중장기적으로 금융부담이 증가하면서 가계의 상환여력이 낮아지고, 부실가능성이 높아진다면 소비 둔화등으로 이어져 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지난 6월, 정부의 가계부채 종합대책이 발표됐음에도 불구하고, 가계빚의 증가세는 좀 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은 시중 은행들에게 가계대출의 증가폭을 0.6% 이내로 맞추라고 주문하고 있지만, 대출을 찾는 서민들의 발길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습니다.

이데일리 신재웅입니다.


◇ 앵커 > `가계신용`이라고 하면 어렵게 생각하실 분들도 계실텐데 쉽게 표현하면 어떤건가요?

◆ 기자 > 가계신용은 우리나라 전체 가정에서 가지고 있는 부채, 빚의 규모를 파악하기 위해서 한국은행이 매분기 발표하고 있는 통계 자료인데요. 이 `가계신용`은 크게 두가지 부분으로 나눌 수가 있습니다. 먼저 은행과 같은 금융회사들이 부동산이나 개인 신용을 담보로 가계에 대출하는 `가계대출` 부분이 있고요. 카드사나 할부 금융사들이 제공하는 `판매신용` 부분. 이렇게 두가지 부분으로 나뉘게 됩니다.

◇ 앵커 >  가계대출은 감이 오는데, 판매신용? 이건 뭔가요?

◆ 기자 >  네, 우리가 신용카드를 사용하거나 자동차 할부를 하게되면 거기에서 또 빚이 생기지 않습니까? 그렇게 나타나는 부분을 `판매신용`이라고 하는데요. 이번 한국은행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가계대출`은 826조 원, 그리고 `판매신용`은 50조원 수준으로 집계됐습니다.

◇ 앵커 > 가계신용 증가폭이 1분기 10조 원에서 2분기에는 19조 원으로 늘었습니다.올들어 금융당국이 가계 대출 억제에 나섰고, 기준금리도 상승 추세에 있는데 대출은 계속 증가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나요?

◆ 기자 > 네, 수요 측면에서 보면 물가가 굉장히 많이 올라가지 않았습니까? 아무래도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면서 생활 안정을 위한 자금대출의 수요가 높아진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공급측면에서 보자면, 기준금리가 일정부분 인상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저금리 기조 속에서 유동성이 풍부한 상태입니다. 거기에다가 대내외적인 경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기 때문에 불안정한 기업 대출보다는 가계대출을 늘리지 않았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고요. 이러한 수요와 공급이 맞아 떨어지면서 가계대출이 전반적으로 증가했던 것으로 풀이됩니다.

◇ 앵커 > 증가속도가 이렇게 계속해서 높아지게 되면, 아무래도 경제에 걸림돌이 될 것 같은데요?

◆ 기자 > 물가는 오르는 반면, 임금수준은 그에 미치지 못하면서 갈수록 이자 내기에도 빠듯한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가계 소비여력이 약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인데요. 물가상승을 반영한 실질임금 상승률은 지난 1분기 4% 넘게 줄어서 1년 6개월만에 감소세로 돌아섰습니다. 4월과 5월 역시 마이너스를 보였는데요. 손에 쥐어지는 임금은 늘었어도 실질적인 구매력은 떨어졌다는 의미입니다. 반면, 이자로 나간 돈은 11.4%로 급증했습니다. 부채는 경제가 성장하면서 늘어날 수 밖에 없지만 소득 대비 얼마나 빨리 늘어나는가가 중요한데요. 이전에는 금리가 워낙 낮은 수준이어서 괜찮았지만 금리 정상화에 나서면서 이자지급도 늘어났고, 가계 재무상태도 악화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소비가 자연스럽게 줄어들게 되고 내수에 타격은 불가피 할 것 같습니다.

◇ 앵커 > 가계부채가 계속해서 늘어나면서 정부의 고민도 깊어갈 것 같은데, 이에 따라 금융감독당국의 대출규제 압박도 심해지겠죠?

◆ 기자 > 네, 안 그래도 가계대출 증가세를 둔화시키기 위해 감독당국이 전방위로 노력하고 있는데요. 지난 6월29일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내놓았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습니다. 7월에도 은행들의 가계대출은 2조 3천억원 늘어 6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습니다. 결국 금융감독당국이 최근 주요 시중은행에 가계대출 증가폭을 0.6% 이내로 맞추라고 주문하면서 몇몇 은행들이 대출을 전면 중단하는 등 논란이 일기도 했는데요. 아무래도 감독당국의 고민이 깊어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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