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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사, 현금이 바닥나고 있다

윤종성 기자I 2010.03.15 18:34:02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국내 조선업체들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이 1년새 최대 70% 가까이 급격하게 줄었다. 

사상 최악의 수주난을 겪으면서 선수금을 통한 현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은 데다, 발주사들의 잇따른 선박 인도 연기 요청으로 제대로 잔금을 받지 못해 빚어진 현상이다.
 
아직 조선업체들의 현금 보유량이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지만, 조선 업황의 더딘 회복세가 지속될 경우 하반기 이후 유동성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까지 배제하진 않고 있다.

◇ 현대重도, 삼성重도 현금이 없다?= 12일 이데일리가 빅3 조선업체들의 2008년과 2009년 감사보고서를 비교· 분석한 바에 따르면 작년말 현재 현대중공업(009540)의 현금성 자산은 7416억원으로, 2008년말 2조3439억원에 비해 70% 가까이 감소했다.

지난해 시설투자 9975억원과 2000억원대 수준의 현대종합상사 인수· 합병 비용을 감안해도 감소 폭이 지나치게 크다는 게 업계 평가다.

같은 기간 현대중공업의 유동자산은 12조6176억원에서 10조6099억원으로 줄어들었다. 반면, 차입금은 33억원에서 8896억원으로 8863억원이 늘었다.

2008년말 약 2조45840억원이었던 삼성중공업(010140)의 현금성자산 역시 작년말에는 1조853억원으로 줄었다. 절반 이상 줄어든 셈이다. 그나마 3분기말 현금성자산이 7700억원대에선 나아진 것이다. 1년 동안 유동자산 또한 13조3440억원에서 11조8926억원으로 약 1조4514억원이 감소했다.

대우조선해양(042660)은 2009년말 현재 8000억원 가량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1조원 가량 보유했던 2008년말과 비교하면 1년새 1000억원 정도 줄어든 것. 같은 기간 회사의 차입금 비율은 34.4%에서 63%로 높아졌다. 작년말 현재 대우조선해양의 차입금은 2조1000억원 수준이다.

◇ 수주난이 결정타.. "하지만 아직 버틸만 해"=  이 같은 대형 조선업체들의 가파른 유동성 감소는 지난해 사상 최악의 수주난을 겪으면서 촉발됐다. 

수주가 줄어들면서 선박 계약시 받는 선수금이 유입되지 않았고, 기존 발주사들은 선박 인도 연기를 요청과 함께 나머지 대금 지급을 미루면서 조선업체들이 유동성 확보에 적잖은 어려움을 겪게됐다는 분석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그 동안 1년 이상 신규 선박 수주가 없었고, 이로 인해 현금 유입이 줄어들면서 현금성 자산이 크게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도 "신규 수주가 줄어들면서 선수금 유입이 적어졌고, 현금성 자산도 크게 감소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선업체들은 "아직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는 입장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주가 줄어들면서 현금 유동성 자산이 줄어들었지만, 조선업체들의 신용도가 높기 때문에 회사채 발행· 차입 등을 통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관계자는 "현금 보유량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경영을 압박할 정도나 회사 경영에 문제가 될 만한 수준은 아니다"면서 "조선업계는 다른 업계에 비하면 아직 양호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조선경기의 회복세가 더딘 데다, 본격적인 회복세는 내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하반기 조선업체들의 유동성 문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업체들이 수주 가뭄으로 현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채권 발행 등을 통해 운영자금을 써왔고, 이로 인해 금융비용 등이 예년에 비해 크게 높아진 측면이 있다"면서 "결국 갈지자로 횡보하고 있는 조선업황이 언제쯤 본격적인 회복국면을 맞이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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