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상희기자] 채권금리가 사흘만에 하락했다.
한-미 양국간에 통화스왑 체결로 국내 금융시장이 오랜만에 활기를 찾은 가운데 채권시장도 강세로 화답했다. 10년 이상 장기채권과 통안증권은 보합에 머물렀지만 국고 3년물과 국고 5년물은 10bp 이상 급락했다.
외화유동성 우려를 한결 덜어 낸 덕에 환율이 크게 떨어지자 채권 매수심리가 호전됐다. 무엇보다 향후 한국은행의 추가적인 금리인하가 더 편안해졌다는 점에서 시장참가자들이 적극적인 매수에 나섰다. 달러-원 환율은 어제보다 177원 낮은 1250원대로 뚝 떨어졌다.
그러나 은행채를 둘러싼 신용경색 우려가 여전해 지표물 거래만 활발했고 크레딧물 스프레드는 별로 반응하지 않았다. 다만 은행채 매물이 덜 나오고 공사채 장기물 발행이 조금씩 이뤄지고 있는 것이 그나마 긍정적인 신호가 될 수 있다고 평가됐다.
국채선물은 거래가 부진한 가운데 급등세로 마감했다. 증권사와 외국인이 순매도 규모를 늘렸지만 투신권과 은행 등이 순매수로 맞섰다.
30일 채권 장외시장에서 국고 3년 8-3호는 전일대비 11bp 하락한 4.34%에 호가됐다. 국고5년 8-4호는 13bp 내린 4.57%에 거래됐다.
증권업협회가 고시한 최종호가수익률은 국고 3년물과 5년물은 각각 4.39%(-15bp)와 4.58%(-13bp)를 나타냈다. 국고 10년물은 5.5%(-3bp)에, 국고 20년물은 보합인 5.54%를 기록했다. 통안증권 1년물과 통안증권 2년물도 어제와 같은 수준인 5.46%와 5.36%에 고시됐다.
장내시장에서는 국고채 3년물이 100억원, 5년물이 100억원어치 거래됐다. 국고채 10년물과 물가연동국채를 포함해 총 310억원 거래됐다.
3년만기 국채선물 12월물은 전일대비 36틱 급등해 109.75에 마감됐다. 증권사와 외국인이 각각 1899계약과 1073계약을 순매도했다. 보험사(+498계약)와 은행권(+1145계약), 투신권(+784계약), 연기금(+410계약)을 순매수했다. 전체 거래량은 4만2608계약으로 전일보다 약 9800계약 줄었다.
◇ 韓美 통화스왑 체결에도 신용스프레드 무반응
한국과 미국의 자국통화 교환이라는 획기적인 카드가 채권시장에도 효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신용스프레드 축소가 수반돼야 한다고 의견이 모아졌다. 추가적인 금리인하 기대로 지표물 금리만 강해지는 것은 오히려 국고채-신용채 스프레드만 확대시켜 시장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크레딧물 시장이 정상화되기까지 좀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국내기업들의 부실우려로 은행권 내부의 신용문제가 불안하다는 설명이다.
시중은행의 한 채권운용 담당자는 "어제 오늘 은행권 주가가 하한가를 기록한 것은 은행권 내부에 깊숙히 남아있는 신용우려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이는 더 나아가 일반 기업들의 실적, 현금흐름이 얼마나 건전하냐와 직결돼있는 문제인데 일부 기업들의 워크아웃설 등이 나오는 것을 보면 완전히 시장이 호전됐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통화스왑 체결 등 금융시장 안정대책에 신용스프레드가 서서히 반응할 가능성이 높아 선별적인 매수를 시도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었다.
보험사의 한 채권운용 담당자는 "원화 유동성과 외화 유동성 경색, 건설사 크레딧 문제가 금융기관의 부담으로 작용했지만 한은의 유동성 지원과 통화스왑 체결로 인해 자금경색 우려는 해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건설사 크레딧 문제가 남아있지만 일부 기업이 부도의 수순을 밟되 그 정도가 제한적이라면 신용스프레드는 본격적으로 좁혀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