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혜선 기자] 자크뮈스의 명품백이 프랑스 파리 도로를 질주하고, 거대 속눈썹이 달린 뉴욕 지하철이 메이블린의 대형 마스카라로 화장을 한다. 와인병 모양의 전차가 프랑스 보르도 시내를 가로지르는가 하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인 부르즈 할리파만큼 큰 바비 인형이 포장 상자에서 걸어나온다. 모두 실제 영상 속에 컴퓨터 그래픽(CG)를 합성한 ’초현실 광고‘다.
| (사진=이안 패덤 SN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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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서 숏폼 동영상이 소통의 주요 수단으로 자리잡으면서, 짧고 강렬하게 대중의 시선을 끄는 ’가짜 옥외광고(FOOH.Fake Out Of Home)‘로 브랜드를 알리려는 패션계 광고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가짜 옥외광고는 실제로 존재하는 명소나 일상적 공간에 매우 정교한 CG를 입히고, 진짜 벌어지는 이벤트처럼 보이게 만들어 소비자가 스스로 입소문을 내게 만든다.
’가짜 옥외광고(FOOH)‘ 단어를 만든 이는 미국 디지털 아티스트 이안 패덤(Ian Padgham)이다. 버클리대에서 미술사학을 전공하고 트위터에서 비디오 프로듀서로 근무하던 그는 SNS용 콘텐츠 비디오를 제작해주는 회사 Origiful을 설립했다. 패덤은 지난 2021년 와인의 도시로 알려진 프랑스 보르도에서 와인병 모양의 전차가 시내를 달리는 FOOH 영상을 제작해 SNS상에서 화제가 됐다. 거대한 와인 전차가 보르도 부르스 광장을 달리는 모습에 많은 이들이 속아넘어갔고, 급기야 프랑스 교통 당국이 나서 SNS에 “와인 모양의 전차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공지까지 내야 했다.
| 왼쪽부터 자크뮈스 핸드백, 메이블린 마스카라, 보르도 와인 가짜 옥외광고. 모두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었다. (사진=이안 패덤 SN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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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에는 미국 유명 화장품 브랜드 메이블린의 마스카라 광고가 화제에 올랐다. 지하철 플랫폼으로 거대한 눈썹이 달린 뉴욕 지하철이 진입하고, 벽에 부착된 마스카라에 속눈썹이 스쳐 지나가는 영상이다. 이 영상은 SNS상에서 4500만뷰가 넘게 조회되고 급속도로 전세계에 퍼졌다. 패덤은 “이 영상은 거의 다 CG로 만들어진 이미지”라며 “지하철도 가짜다. 하지만 창문으로 보이는 진짜 사람들을 합성하기 위해 몇 시간이나 걸렸다”고 설명했다.
명품 브랜드인 구찌와 자크뮈스도 패덤의 FOOH 영상으로 홍보에 나섰다. 자크뮈스는 거대한 세탁기에 자사 브랜드 가방 수백여개가 돌아가는 영상과, 거대한 핸드백이 프랑스 파리 도로를 질주하는 영상으로 주목을 받았다. 구찌도 컨셉 스토어 볼트(VAULT)를 런칭하며 FOOH를 이용해 소비자들의 시선을 끌었다.
이 밖에 디스커버리 채널은 프랑스 상공에서 거대한 조각상을 촬영하는 영상으로 조회수 5500만회를 달성했고, 로봇청소기 브랜드 로보락 역시 FOOH를 이용해 광고 캠페인을 준비하고 있다.
패덤은 “건물을 이용해 상업광고를 하려면 너무 많은 예산이 든다. 거대한 설치예술을 하고 싶었지만 예산이 없었다”며 “내 작품을 더 알리고 싶어 영상을 만들었다”고 전했다. 이어 “가능한 한 많은 ’진짜‘를 통합할 때 FOOH 광고와 가장 잘 어울린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