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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이 많은 동물이다. 뚱뚱함과 더러움, 멍청함의 대명사 격으로 여겨지기 일쑤다. 기독교의 뿌리가 된 유대교나 이슬람교에서 돼지를 부정한 동물로 보고 먹는 걸 금지한 걸 보면 상당히 오랜 편견이다.
실제론 상당히 똑똑하고 깔끔한 동물이다. 발터 크래머와 리츠 트렝클러의 ‘상식오류사전’을 보면 돼지의 아이큐는 75~85 정도로 아이큐가 평균 60인 개보다 높다. 3~4세 아이와 비슷하다. 미국 에모리대 연구팀은 돼지가 다른 개체와 모의 전투를 하는 식의 협동 작업을 하거나 공감 능력을 보인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훈련하면 반려견과 비슷한 동작을 할 수 있다. 유럽 등에선 돼지를 반려동물 삼기도 한다. 방목해서 기르면 돼지끼리 서열화도 이뤄진다. 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농장’에선 돼지를 가장 지성 있는 동물로 묘사하기도 했다. 후각도 개 못지않다. 돼지는 땅속에서 자라는 송로버섯을 잘 찾아서 이를 활용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잡식성이지만 무작정 먹는 건 아니다. 돼지 농가는 대부분 사료를 제한 없이 주고 돼지는 필요한 만큼만 먹는다. 체지방률도 평균 15% 미만이다. 인간 성인의 체지방률이 보통 20~30%란 걸 생각하면 ‘돼지 같다’거나 ‘돼지 같이 먹는다’는 건 사실 칭찬인 셈이다. 인간이 체지방률 15%라면 상당히 근육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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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공간만 있어도 잠자리와 배변 장소를 가리기도 한다. 돼지가 본인의 배설물을 묻히고 사는 건 턱없이 좁은 공장식 사육 때문이다. 수십년 전까지만 해도 제주나 일본 오키나와에선 돼지를 인간의 대변이나 남은 음식 등을 먹여 키우기도 했으나 지금은 대부분 위생적으로 키워진다. 지난해 7월 임신돈(돼지) 의무 사육밀도를 넓히는 등 동물 복지 개념이 조금씩 확대되고 있다.
돼지는 이 같은 편견 속에서도 부나 행운의 상징이 되기도 한다. 중국에선 오랜 기간 행운의 상징으로 여겨 왔다. 우리나라에서도 돼지 꿈은 길몽이다. 월트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아기돼지 삼형제’나 ‘곰돌이 푸우’, 영화 ‘꼬마 돼지 베이브’ 등 캐릭터로도 친숙하다.
농진청 산하 국립축산과학원(축산원) 문홍길 양돈과장은 “돼지는 연간 생산액이 7조3000억원(2017년)에 이르는 축산업에 이롭고 고마운 동물”이라며 “2019년 황금돼지해를 맞아 더 사랑받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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