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아저씨의 아우성 “최저임금을 보장하라”

이지현 기자I 2011.10.13 15:51:25

노동계 “최저임금 100% 적용 약속 지켜라”
고용부 “대량 해고사태 우려..단계적 인상 안전”
용역업체 활용 대신 직접고용 활성화 선행돼야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서울 반포 A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15년째 근무 중인 B씨(64세)는 작년 아파트 자치회에 직접고용 됐다가 정년퇴직 후 용역으로 전환됐다. 때문에 일은 그대로 하면서 월급은 50만원 줄어든 100만원을 받고 있다. 내년부터 최저임금의 80%에 그쳤던 월급이 최저임금 수준으로 오른다는 정부 발표에 기대하고 있지만, 주민들이 휴식시간 확대를 통해 임금을 줄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지금 받는 것보다 월급이 더 줄까 봐 마음이 불편하다. B씨는 “24시간 일해서 100만원 받는데 가장으로서 가족 부양도 못 하고 가슴이 먹먹하다”고 털어놨다.

B씨와 같은 경비노동자는 수도·가스 검침원 같은 `감시직 노동자`와 건물의 전기·냉난방 기술직 같은 `단속직 노동자`와 함께 `감시단속 노동자로`로 분류되고 있다. 근로기준법 63조 3항에 따르면 이들은 연장근로 수당, 휴일근로수당, 휴식시간 등을 적용받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대부분이 24시간 근무하고 24시간을 쉬는 2교대제로 하루 8시간 주 40시간 의 기본 근로시간을 초과하는 노동을 하고 있지만, 초과근로수당 등은 먼 나라 얘기에 불과하다.

13일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에 따르면 이 같은 처우를 받고 있는 경비노동자는 33만명으로 전체 임금노동자(9월현재 1710만명)의 2%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현행 최저임금의 80%수준의 임금을 내년부터 최저임금 수준으로 전면 적용받을 예정이지만, 정부가 대량 해고를 우려하며 미적거리고 있어 이를 문제 삼고 있는 것이다.

◇ 노동계 “최저임금 완전하게 적용해야”

이날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열린 `감시·단속노동자 최저임금 전면적용 촉구 증언대회`에 참석한 이들은 한목소리로 “경비노동자도 노동자다. 감시·단속노동자 최저임금 100% 적용하라`고 외쳤다.

▲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에서 열린 감시단속노동자 최저임금 전면적용 촉구 증언대회에서 노총 관계자들이 최저임금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이화여대에서 근무 중인 장모씨는 “노예보다 못한 취급을 하면서 월급은 굶어 죽지 않을 정도만 주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경비업무 외에 일상적으로 청소, 화단관리, 눈치우기, 외부차량 통제 등과 같은 주차관리, 분리수거, CCTV 주시 등의 업무 도맡고 있다. 이들의 산업재해율은 0.78%로 노동자 전체 산재율 0.69%보다 높다. 이는 감시업무 이외에 일상업무가 상당히 많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서초동 S아파트에서 근무 중인 이모씨도 “연장근로 수당, 휴일근로수당, 휴식시간 등도 적용받지 못하는데 최저임금조차 적용하지 않겠다는 것은 이중 삼중의 차별”이라고 주장했다.

◇ 고용부 “임금 인상..고용불안 초래”

고용노동부는 내년으로 예정됐던 감시·단속 노동자 최저임금 100% 적용을 2013년까지 단계적 인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에는 최저임금의 90% 수준, 2013년에는 최저임금의 100% 수준으로 올리려는 것이다.

지난 국회 국감 때 이채필 장관은 “내년 최저임금 100% 적용이 현실화된다면 근로자 30만명이 직장을 잃게 된다”라고 우려하며 이를 간접적적으로 시사했다. 아파트 단지 입주민들이 아파트 관리비 인상 부담을 낮추기 위해 경비노동자를 해고하고 CCTV 등과 같은 첨단 장비로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은기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한 전문가 조사로는 2008년 20% 감액 조정됐을 때에도 20.6%가 해고될 거라고 했지만 실제 해고자는 4%뿐이 안 됐다”라며 “이 4%도 `최저임금 적용 때문에 해고된 것으로 볼 수 없는데도 이를 이유로 완전 적용을 미룬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박기흥 한국노총 전국연합노동조합연맹 부위원장은 “고용부에선 임금 인상이 이뤄지면 해직 근로자가 발생할 거라고 하는데 경비노동자 감축은 이전부터 이어져온 추세”라며 “임금 인상으로 추세가 가속화될 수 있지만, 안 올린다고 해서 이러한 추세를 막지는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도 인원 감축이 이뤄져 한 사람이 2~3명 몫을 해내고 있지만, 임금이 최저임금 이하로 제한되고 있어 임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어 박 부위원장은 “주민자치회에서 직접 고용하는 경우는 최저임금의 90%정도까지 보장받지만, 용역관리회사 소속 노동자의 임금은 60~70%에 불과하다”라며 “용역업체를 통한 고용 비율을 낮추고 주민자치회의 직접고용을 보다 활성화 시킨다면 경비노동자의 임금은 보다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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