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의 처방, 美 경기 살릴 수 있을까

성문재 기자I 2011.09.22 18:43:37
[이데일리TV 성문재 기자] 경기 침체의 위기 앞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결국 추가 부양을 선택했습니다. 50년 전 존 F 케네디 정부가 선보였던 오퍼레이션 트위스트 카드인데요. 연준의 뜻대로 경기를 회복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만만치 않습니다. 보도에 성문재 기자입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예상대로 경기 부양 카드를 꺼내들었습니다.

현지시간으로 21일 미 연준은 이틀간의 공개시장위원회를 마친 뒤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를 실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는 단기채권을 내다 팔고 장기 채권을 매입하는 것을 뜻하는 말로, 그 규모는 당초 시장의 예상과 부합하는 4천억 달러 수준입니다.


이에 따라 내년 6월 말까지 단기채권인 만기 3년 미만 국채를 4천억 달러 어치 팔고 그 자금으로 만기 6~30년물인 장기 국채를 매입하기로 했습니다.

이를 통해 장기 금리가 하향 안정되면서 기업과 가계의 자금수요 확대 등 경기 진작을 기대할 수 있게 됐습니다.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의 에릭 스완슨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3월 한 논문에서
"지난 1961년 오퍼레이션 트위스트가 처음 실시됐을 때 장기 국채금리는 15bp 하락했다"고 분석한 바 있습니다.
 
연준은 당장 다음 달 안에 매입할 채권 규모와 구체적인 스케줄에 대해서 이번 달 30일에 발표하기로 했습니다.

아울러 만기가 돌아오는 모기지 채권에 대해서도 원리금을 계속 재투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예상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며 실망감을 보였고 정책 효과도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습니다.

파로스트레이딩의 더글라스 보스윅 이사는 "좀더 적극적 부양을 기대했던 쪽은 다소 실망했을 것"이라며 "경기부양 효과는 거의 없을 것이고, 주택 수요도 집값 하락이 멈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한 늘어나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게다가 이번 결정에 대해 리처드 피셔 댈러스 연은 총재 등 3명이 반대 의사를 밝히는 등 내부적인 갈등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준이 50년 만에 꺼내든 경기부양 카드, 오퍼레이션 트위스트가 기업과 가계의 지갑을 열 수 있을 지 주목됩니다.


앵커: 연준이 꺼내 든 카드, 오퍼레이션 트위스트가 무엇인지 설명해주시죠.

기자: 네,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는 이미 50년 전인 1961년에 존 F 케네디 정부가 처음 선보였던 정책인데요. 장기채권을 사들이는 동시에 단기채권을 파는 식으로 시중금리를 조절하는 것을 뜻합니다.

장기 채권을 사들이면 시중의 장기 금리가 낮아지고, 단기 채권을 팔면 단기 금리가 오르는 효과가 발생하게 됩니다. 또 장기 채권을 매입하는 동시에 단기채권을 팔면 연준의 보유채권 구성만 변할 뿐 시중에 공급되는 유동성에는 변화가 없습니다.

미 연준이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를 선택한 것은 시중에 유동성을 늘리지 않고 장기금리를 낮춤으로써 인플레이션의 유발 없이 기업의 투자와 가계의 주택 구입을 활성화해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의도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앵커: 유동성에 변화가 없다는 점에서 양적 완화와는 차이가 있군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연준은 2009년과 2010년, 모두 2차례에 걸쳐 양적완화 조치를 취했는데요. 이는 국채를 직접 매입해 유동성을 공급하는 방식이었죠. 그런데 돈을 마구 찍어 물가만 상승시키고 정작 경기부양에는 실패했다는 비난을 받았습니다.

연준이 50년 만에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를 선택한 것도 이같은 비판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이번 결정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어땠습니까?

기자: 연준의 선택에 대한 반응은 다소 엇갈리는 모습이었는데요. 긍정적으로 보는 전문가들은 연준이 총 2조 8500만 달러 규모의 채권 포트폴리오 가운데 4000억 달러 어치를 조정하는 것이 경기 부양을 위한 현실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지난 1960년대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를 실시했을 때 장기 국채 금리가 15bp 하락한 바 있는데요. 장기 금리가 낮게 유지되면 투자자와 기업에 장기 금리에 대한 확신을 줄 수 있고 주택 대출 등 금융 소비자들에게도 충격이 없을 것이라는 겁니다.

앵커: 그렇다면 부정적으로 보는 쪽의 시각은 어떻습니까?

기자: 장기 금리를 낮춘다고 해도 지금처럼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경기 부양 효과는 거의 없을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이번 대책은 예상했던 바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고, 이미 시장에는 선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건데요. 시장에 유동성을 직접 공급하는 등의 좀더 적극적인 부양책을 기대했지만 이런 희망도 사라져 버렸습니다.

또 미국의 장기 국채 금리가 10년물을 기준으로 이미 사상 최저 수준인 2% 미만을 기록하고 있는 만큼 앞서 50년 전의 15bp 하락 만큼의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또 주택 수요도 집값 하락이 멈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한 늘어나기 힘들 것으로 봤습니다.

앵커: 연준도 이번 결정을 내리기까지 안팎으로 고민이 많았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대내외적으로 압박이 가해지면서 연준의 선택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안에서는 FOMC 위원 10명 가운데 3명이 지난 7월에 이어 이번에도 추가 부양에 대해 반대 의사를 밝혔고요. 밖에서는 야당인 공화당이 연준의 추가 부양을 비판하며 압박했습니다. 내년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연준의 부양책을 둘러싼 공방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연준으로서는 운신의 폭이 상당히 좁은 상황입니다.

앵커: 실제로 할 수 있는 선택이 많지 않았던 연준이 힘들게 선택했지만 반응은 시원치 않은 셈이군요. 연준의 발표 이후 국제 금융시장은 실망감에 요동을 쳤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최근 대외 불안 요인에 원달러 환율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데요. 연준의 발표 이후 오늘 30원 가까이 오르며 1179원 80전에 마감했습니다. 새벽에 마감된 뉴욕증시와 유럽증시는 모두 1~2%대의 하락폭을 보였습니다. 우리 증시를 포함해 아시아 증시도 모두 하락했는데요. 코스피는 3% 가까이 빠졌고, 일본 니케이지수와 중국 상해종합지수는 2% 하락했습니다.

하지만 이같은 충격은 일시적인 것에 그칠 것으로 보입니다. 이상재 현대증권 경제분석부장은 당초부터 기대가 크지 않았기 때문에 이같은 충격은 조만간 소멸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아울러 경기 부양과 관련해서는 연준의 통화정책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4470억 달러 규모 부양책 의회 승인 여부가 더 큰 촉매제가 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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