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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저가항공 여행은''목숨 건 여행''

한국일보 기자I 2007.06.26 20:25:20
[한국일보 제공] 지난해 겨울 필리핀 보라카이로 4박5일 가족 여행을 다녀온 회사원 백자영(31ㆍ여)씨는 마닐라에서 보라카이로 향하는 1시간여 동안의 비행을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

제트기가 아닌 프로펠러형의 낡은 비행기라 처음부터 불안했는데, 이륙 후에는 기류 변화에 따라 기체가 심하게 흔들려 안전벨트를 메지 않고서는 제대로 앉아있기도 힘들었다. 백씨는 “승객 모두 불안에 떨었지만 기내에는 아무런 안내 방송도 없었다”며 “앞으로 저가 항공을 이용하는 여행은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캄보디아 소형 항공기 추락사고로 저가 항공편을 이용한 저가 패키지 여행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여름 휴가철을 맞아 한국인들이 자주 찾는 동남아 관광지의 경우 상당수가 현지 도착 후 탑승 정원 100명 이하의 경비행기나 저가의 로컬 항공기로 갈아타야 목적지에 도착하기 때문에 위험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이번에 사고가 난 시엠립-시아누크빌 구간도 대표적인 저가 항공사 노선이다. 베트남(호치민-하롱베이)과 중국 내륙 여행 등에서도 저가 항공사의 항공기가 자주 이용된다.

보라카이는 마닐라에서 경비행기로 갈아타고 카티클란 공항까지 프로펠러 비행기로 1시간을 비행해야 한다. 필리핀 엘니도도 20인승 경비행기를 이용해야 닿을 수 있는 휴양지다. 태국의 사무이와 푸켓도 로컬 항공사의 프로펠러기를 이용해 갈 수 있다.

특히 주변 섬이 많은 사이판과 타히티 등지에서는 4인~10인승의 소형 경비행기도 이용된다.

동남아 저가 항공사들은 휴가철을 맞아 한국과 동남아를 잇는 국제노선에도 진출하고 있다. 캄보디아 프로그래스멀티(PMT)항공 역시 최근 건설교통부에 대구-시엠립 노선 개항을 요청한 상태다.

업계에 따르면 이들이 주로 사용하는 국제선 항공기는 보잉737-200, 에어버스320/318, MD(맥도널드더글라스)82/83 등으로 대부분 노후 기종이다.

보잉737-200은 이미 1980년대 단종됐으며 가격도 신기종인 보잉737-900(약 500억원)의 10%선에 불과하다. 캄보디아 항공기 사고 기종인 PMT항공의 AN-24도 40년이나 된 낡은 기종이다.

이번 사고 이후 각 여행사에는 예약 취소와 항공사 교체 등의 문의가 잇따랐다.

하나투어는 고객 안전을 위해 시아누크빌 일정이 포함된 상품은 당분간 팔지 않기로 했다. 대형 여행사에는 26일 하루동안 50~70건 정도의 동남아 패키지 상품 예약이 취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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