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8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일본상공회의소와 함께 개최한 ‘제14회 한일상공회의소 회장단 회의’에서 “한일 협력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려면, 어떤 분야에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아이디어를 모으고 직접 실험해보는 용기가 필요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한일 에너지 공동 구매 등 필요”
최 회장이 유럽연합(EU)과 같은 통합 수준의 한일 경제 연대를 주장하는 것은 세계적인 공급망 재편과 통상질서 변화 속에서 양국이 더 많은 목소리를 내 표준을 만드는 주체(rule setter)가 될 수 있고, 더 많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은 국내총생산(GDP) 기준 각각 세계 10위, 5위 안팎이다. 그런데 단일 경제권으로 묶이면 미국, EU, 중국에 이은 4위권에 오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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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회장은 “예컨대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한일 양국이 공동으로 에너지를 구매하거나, 저출생 고령화 대응을 위해 의료 시스템을 공유해 경제·사회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며 “또 EU의 솅겐 조약처럼 여권 없는 왕래를 통해 관광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고 했다. 지난 1985년 체결된 솅겐 조약은 EU 회원국 간에는 국경을 지날 때 비자 혹은 여권 없이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도록 한 국경 개방 조약을 말한다.
최 회장은 “지난해 역대 최대인 882만명에 달하는 우리 국민들이 일본을 찾았다”며 “한국을 찾은 일본인도 322만명으로, 일본은 한국을 두 번째로 많이 방문한 국가다. 민간 분야에서 협력의 온기가 퍼지고 있음을 실감한다”고 했다.
그는 “한국과 일본은 밖으로는 급변하는 글로벌 통상 환경과 첨단 기술 경쟁에 대응해야 하고, 안으로는 저출생 고령화, 지역 소멸 등 구조적인 문제도 산적해 있다”며 경제 연대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최 회장은 최근 일본 요미우리신문과 인터뷰에서 NTT, 도쿄일렉트론, 키오시아 등 일본 기업들과 협업 가능성 역시 시사해 관심을 모았다.
AI·반도체 협력 등 성명서 채택
고바야시 켄 일본상공회의소 회장도 한일 연대를 천명했다. 그는 “계속되는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경제 격차 확대로 자국 우선주의 조류가 강화되고 있다”며 “무역 중심국인 양국이 지속적으로 발전하려면 자유무역체제의 유지와 발전은 필수적”이라고 했다.
고바야시 회장은 아울러 올해 열린 한국 경주 APEC 정상회의와 일본 오사카·간사이 세계박람회(엑스포) 등을 거론하면서 “양국이 선두에 서서 미래 인공지능(AI)과 에너지의 모습을 제시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며 “이번 회의가 산업계 민간 차원에서 (한일 양국이 연대하는) 지속가능한 해결책을 찾는 첫걸음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양국 기업인들은 △AI·반도체·에너지 협력 △저출산 고령화 공동 대응 △문화 교류 확대 등을 골자로 한 공동 성명서를 채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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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행사에는 한국 측에서 최태원 회장을 비롯해 양재생 부산상의 회장, 박윤경 대구상의 회장, 박주봉 인천상의 회장, 한상원 광주상의 회장, 정태희 대전상의 회장, 이윤철 울산상의 회장, 양문석 제주상의 회장, 박승희 삼성전자 사장, 이형희 SK㈜ 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일본 측에서는 고바야시 회장 외에 우에노 다카시 요코하마상의 회장(우에노트랜스테크 회장), 가와사키 히로야 고베상의 회장(고베제강 수석고문), 후지사키 사부로스케 센다이상의 회장(후지사키 회장), 구라하시 준조 아오모리상의 회장(구라하시건설 회장) 등이 함께 했다.
한일 상의는 이번 회의에서 국교 정상화 이후 경제 협력 60년사를 조명하는 특별 전시를 함께 진행했다. 제15회 회장단 회의는 내년 일본 센다이에서 열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