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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 및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에 따르면 올해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국내신약으로 식약처로부터 허가를 받은 건수는 전무하다. 지난해에 이어 2년째 국내 신약이 단 1개도 탄생하지 못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글로벌 제약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갖춰야 하는 국내 업계의 신약 연구개발 경쟁력이 한계에 다다른 모양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정반대라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글로벌 신약들의 대거 탄생을 눈앞에 둔 ‘폭풍전야’와 같은 형국이라는 것이다.
이재국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전무는 “국내 제약사마다 세계 시장을 염두에 두고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을 목표로 연구개발에 집중하면서 단기적으로 국산신약의 개발이 미진한 성과를 내고 있다”면서 “현재 진행중인 신약개발의 결과가 도출될 것으로 예상하는 2~3년 후에는 국내 제약사들이 개발한 글로벌 신약들이 봇물처럼 등장하게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전무는 이어 “과거에는 국내 시장만을 염두에 두고 국산 신약으로 허가를 받는데 큰 의미를 뒀다”면서 “이제는 국내업체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있는 신약으로 자리매김할수 있는 지 여부를 꼼꼼하게 분석하면서 신약개발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귀띔했다.
국내개발 신약 품목 허가 실적을 보면 지난 2015년 5개를 기록한 이후 2016년 1개, 2017년 2개, 2018년 1개 등으로 그나마 명맥을 이어오다 지난해부터 뚝 끊긴 상황이다. 국내 신약은 지난 1999년 SK케미칼(285130)이 항암제 ‘선플라주’로 1호를 허가받은 이후 현재까지 모두 29개가 탄생했다. 마지막으로 허가받은 국내 신약은 지난 2018년 CJ헬스케어(현 HK이노엔)가 위식도역류질환치료제로 허가받은 ‘케이캡정’이다.
반면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은 신약 개발이 꾸준히 성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승인을 받은 신약은 모두 38개에 달한다. 전년(42개)에 비해 소폭 감소했지만 신약을 통한 성장동력이 여전히 활발하게 가동하고 있다는 평가다.
외형적인 국내 신약개발 성과는 최근들어 미미한 상황이지만 신약개발을 위한 연구개발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어 전망이 밝다는 게 업계의 진단이다. 지난해 국내 제약사들이 벌이고 있는 임상시험 건수는 모두 714건에 달했다. 임상건수는 2017년 658건, 2018년 679건 등으로 꾸준히 증가추세다. 지난해 임상건수를 분야별로 보면 제약사 임상시험이 538건, 바이오의약품 임상시험이 202건을 각각 기록했다.
한편 신약개발을 상업화로 실현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식약처 및 베인앤컴퍼니에 따르면 신약후보물질탐색에서부터 임상을 거쳐 시판에 성공하기까지는 평균 15년의 기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약개발에 장기간 공을 들이더라도 신약후보물질 가운데 신약으로 이어지는 성공확률은 불과 1만분의 1이다. 신약후보물질 1만개 중 단 1개 만이 신약으로 상업화에 성공한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