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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미국 2위 석유 및 천연가스 생산업체인 쉐브론은 최근 루마니아에서 시행하던 셰일가스 개발 계획을 접기로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유럽연합(EU) 지역에서의 셰일가스 사업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지금과 같은 국제유가 상황에서는 셰일가스를 포함하고 있는 암석에 물과 화학물질을 흘려보내 원유를 생산하는 프래킹(수압파쇄식) 방식의 셰일가스 개발은 경제성이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 참에 아예 루마니아 정부로부터 받은 셰일가스 개발 인가권도 반납하겠다고 했다. 이보다 한 달전 쉐브론은 같은 이유로 폴란드에서의 셰일가스 탐사 프로젝트도 포기한 바 있다.
켄트 로버트슨 쉐브론 대변인은 23일(현지시간) 로이터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루마니아 사업 인가권 자체를 포기할 생각”이라며 “우리의 글로벌 사업 포트폴리오 하에서 루마니아 사업을 평가해본 뒤 회사에 가장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내린 사업적 결정이다”고 설명했다.
쉐브론은 160만에이커에 이르는 루마니아 남부 바르라드 셰일 유전을 소유하고 사업권을 가지고 있으며 남동부에도 67만에이커 규모의 사업 인가권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쉐브론의 사업 철수는 유럽 셰일산업에 엄청난 타격이 될 전망이다. 많은 유럽 국가들은 에너지 개발을 최우선 정책과제로 정해놓고 있지만, 프래킹에 따른 환경 오염을 걱정하는 국민들의 반감과 실망스러운 탐사 실적 등이 맞물려 셰일가스 붐을 재연하려는 유럽 국가들의 꿈을 사그러들게 만들고 있다.
앞서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루마니아를 러시아와 폴란드, 프랑스, 우크라이나 다음으로 유럽내 5위의 잠재적 셰일가스 매장 국가로 지목했지만, 실제 개발 성과는 좋지 않았다.
148조입방피트에 이르는 추정 매장량으로 러시아에 이은 2위 셰일가스 매장국으로 꼽히는 폴란드 역시 실망스러운 사업 결과를 보이고 있다. 앞서 쉐브론이 사업을 접은데 이어 엑슨모빌과 마라톤 오일 등 미국 업체와 프랑스 최대 석유업체 토탈까지도 최근 3년간 폴란드내 셰일가스 탐사 사업을 접었다.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에너지 전문사이트인 오일프라이스닷컴은 “폴란드 셰일가스는 러시아 천연가스 공급을 대체할 수 있는 EU의 희망”이라고 호평했었다.
추정 매장량이 큰 프랑스 역시 환경 오염을 이유로 프래킹 방식으로 셰일가스 개발을 하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조치를 내렸다.
헤지펀드인 르네상스캐피탈 석유 및 가스담당 애널리스트인 일다 다블레친은 “석유 메이저들이 유럽 셰일가스에서 철수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지금처럼 유가가 낮은 상황이라면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해외 셰일가스보다는 멕시코만에서 원유를 캐는 편이 더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유가가 폭락하기 이전에도 러시아 기업들조차 공급 부족으로 인해 장기적인 수혜를 노리는 상황에서 유럽 셰일산업이 호황을 보일 것이라고는 생각치 않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