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결과 가장 큰 수혜국은 필리핀으로 조사됐다. 유가가 40달러로 하락할 경우 필리핀은 향후 2년간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평균 7.6%를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중국과 인도는 각각 7.1%, 6.7%의 증가율을 보이며 싼 기름값의 수혜국으로 조사됐다.
유가 급락의 패자는 석유 최대 생산국인 사우디 아라비아가 아닌 러시아였다. 러시아는 유가가 40달러로 떨어질 경우 향후 2년간 GDP 규모가 평균 2.5% 쪼그라들 전망이다. 그나마 이는 러시아 루블화의 급락과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미국, 유럽의 제재 조치 등의 효과를 배제한 분석이다.
이미 러시아, 베네수엘라 등은 유가 하락으로 석유 판매수익이 줄면서 성장률이 위축됐을 뿐 아니라 통화 가치 급락으로 물가가 치솟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우디는 석유 판매수익이 수 십억달러 가량 줄었음에도 이를 보전할 수 있는 오일머니가 충분해 우려스러운 상황은 아니다.
대표적인 석유 소비국가로 꼽히는 미국도 유가 하락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보고 있다. 제이콥 루 미국 재무장관은 “단기적으로 유가 하락은 미국 경제 성장동력을 높여줄 것”이라며 “낮은 에너지 가격은 소비자의 수요를 향상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유가 하락은 세금감면과 같은 효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채취기술 발달로 셰일가스 등 새로운 석유 공급이 늘어나면서 미국 경제에서 석유산업은 새로운 성장동력이 되고 있다. 그러나 석유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장비와 인력 등에 자금수요가 급증하면서 빚도 늘어나고 있다. 기름값이 갑자기 급락할 경우 대출에 대한 익스포저도 증가할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BMO캐피털은 저유가 장기화로 미국 경제가 일자리와 소비를 위해 석유산업에 상당히 의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에선 국제유가 급락에 따른 디플레이션을 우려하고 있다. 유가 하락에 물가 상승률이 낮아지면서 임금이 위축되고 그로 인해 경제 성장세가 악화될 수 있단 우려에서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이코노미스트 그렉 다코는 “규모가 큰 경제에선 유가 하락의 혜택이 산업 전반에 미치는 효과가 더 적은 것 같다”며 “(유가의) 급격한 변화는 다양화된 경제보다 에너지에 초점을 맞춘 경제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