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정부가 오랜 경기침체와 미국의 양적완화 출구전략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회사채 시장을 살리기 위해 6조4000억원을 투입한다. 2001년 도입된 회사채 신속인수제와는 달리 특정기업이 아닌 일정기준을 정해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기업을 지원하게 된다.
금융위원회는 8일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회사채 시장 정상화 방안’을 발표했다.
◇유동성 위기기업 회사채 인수
이번 방안은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기업의 회사채 중 80%를 산업은행이 인수해 재매각하는 방식이다. 이번 달부터 내년 12월까지 만기도래하는 회사채가 그 대상이다.
채권은행과 금투업계, 신용보증기금 등으로 구성된 차환발행심사위원회가 신용등급과 유동성 상황 등을 고려해 대상기업을 선정하게 된다.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최대 1500억원, 중소기업은 750억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산업은행이 인수한 회사채 가운데 60%는 신용보증기금이 신용보증을 거쳐 시장에 매각한다. 이를 위해 신보는 기존 ‘건설 P-CBO’를 ‘시장안정 P-CBO’로 확대 개편해 운영한다.
올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대부분 건설, 조선, 해운 등 불황을 겪고 있는 회사채 만기가 몰려 있는 점을 고려하면 대부분 3개 업종의 기업이 P-CBO의 대상이 될 전망이다. ‘시장안정 P-CBO’는 차환발행 대상기업 30%, 건설사 20%, 일반 회사채 50%로 운용될 예정이어서 특히 건설업종에 대한 지원규모가 더 늘어날 전망이다.
◇P-CBO 확대..건설사 외 일반기업도 지원
P-CBO 발행규모는 6조4000억원으로, 신보의 신용보강을 위해 85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이 금액은 신보의 기본재산 1500억원에 재정과 정책금융공사가 각각 50% 부담해 7000억원을 투입한다.
산업은행이 인수한 회사채 가운데 나머지 40%는 채권은행과 금융투자회사들이 각각 30%와 10%씩 가져간다. 금융투자업계는 이를 위해 거래소와 예탁원 등 증권유관기관과 함께 3200억원의 회사채 안정화 펀드도 조성한다.
이번 2001년 도입된 회사채 신속인수제와 비슷하다. 다만 특정기업을 지원하지 않고, 일정기준을 정해 대상 기업을 선정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이다. 2001년 SK하이닉스(옛 현대전자) 회사채를 산은이 인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통상마찰을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양극화 현상 해소..세제지원·규제완화
‘A’급 이상 우량 회사채에만 수요가 몰리는 양극화 현상을 완화하기 위한 제도도 도입된다. 먼저 4분기에는 비우량채를 일정비율 이상 편입한 회사채 펀드에 투자금액 5000만원까지 펀드 배당소득에 대해 14% 분리 과세하는 세제혜택을 준다.
또한 중소기업 채권발행 활성화를 위한 적격투자자(QIB) 제도 활성화를 유도하기 위해 투자자를 벤처캐피탈과 일정자산규모 일반기업으로 확대하는 규제 완화도 추진한다. 비상장법인으로 제한된 발행기업 조건도 주권상장법인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일정요건을 갖춘 회사채에 대해 기관 경과에 관계없이 관계회사가 인수한 증권의 펀드 편입을 허용하는 등 규제도 완화한다. 또한 유동화증권 발행 자격요건을 완화한다. 자산보유자 신용등급 ‘BBB’이상을 ‘BB’ 이상으로 하향하는 방식이다.
이외에도 금융위원회는 부도 회사의 부도 직전 신용등급 공개를 강화하도록 하는 등 신용평가 제도도 개선하고 수요예측 제도를 보완해 회사채 수요기반을 확대하고 증권사 인수리스크 관리도 강화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