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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중국이 싱가포르를 제치고 말레이시아 부동산의 최대 큰손으로 등극했다. 세계적 큰손인 중국 투자자가 자국과 기존 투자지역 부동산 가격 상승에 말레이시아처럼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온 다른 시장으로 눈을 돌렸기 때문이다.
2014~2016년 3년 동안 중국 투자자의 말레이시아 부동산 투자액이 21억달러(약 2조3400억원)로 싱가포르의 9억8500만달러(약 1조1000억원)을 제쳤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리얼 캐피털 애널리스틱스(RCA)의 수치를 인용해 보도했다. RCA는 이 기간 1000만달러 이상의 부동산 거래를 기준으로 이를 집계했다.
중국 투자자는 지금껏 자국과 함께 호주와 홍콩 등을 주요 해외 투자처로 꼽아왔다. 그러나 최근 이곳 부동산 가격이 치솟으면서 말레이시아를 대안 투자처로 점찍은 것이다. 베이징이나 상하이, 선전 같은 중국 대도시는 이미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부동산이 됐다. 이와 대조적으로 말레이시아는 가격대가 낮을 뿐 아니라 화교가 많고 환경이 좋고 생활비가 낮은데다 인근에 쇼핑 천국 싱가포르가 있는 등 이점도 있다. 더욱이 지금까지 아시아 해외 투자의 큰손은 싱가포르였지만 세계적으로도 큰손인 중국이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이 판도가 뒤집힌 것이다.
부동산컨설팅 회사 쿠쉬먼&웨이크필드의 시그리드 지알시타 아태지역 연구 총괄 담당인 시그리드 지알시타는 “오늘날 중국 투자자는 다양한 선택지가 있고 오히려 유럽이나 미국을 더 편하게 느끼는 사람도 있다”며 “그러나 모두가 그런건 아니기 때문에 접근성이 좋은 말레이시아도 주목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가 대 말레이시아 정부와 경제 협력을 강화하는 것도 투자 확대를 부추기고 있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은 최근 나지브 라작 총리를 만나 쿠알라룸푸르 공항 인근에 물류 허브를 짓기로 합의했다. 말레이시아는 또 중국인 이민자 8000명에게 무기한 체류 권한을 주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 당국이 최근 무분별한 자본 해외 유출을 막겠다며 규제를 강화하고 있어 대 말레이시아 투자 확대 움직임이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특히 말레이시아 신도심 포레스트 씨티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컨트리 가든을 비롯한 중국 투자회사는 최근 이곳 투자 유치를 위한 중국 내 쇼룸을 닫는 등 당국의 규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한편 중국의 해외 부동산 투자는 지난해 330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다시 한번 경신했다. 지역별로는 미국이 143억달러로 1위이며 그 뒤를 홍콩과 말레이시아, 호주, 영국이 뒤따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