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음식료업계를 담당하던 증권사 애널리스트 A씨는 지난해 한 업체에게 기업공개(IR) 담당자로 와줄 것을 제안받았다. 증권가의 불황으로 급여가 많이 줄었고 업황이 개선될 추이가 보이지 않는데다가, 해당 업체에서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해 A씨는 그 제안을 받아들여 자리를 옮겼다.
몇 년간 증권가에 불황이 지속되자 A씨처럼 증권가를 떠나 일반 업계로 자리를 옮기는 애널리스트들이 늘어났다.
1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에 소속된 애널리스트의 수는 이날 현재 1164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2011년 2월 말 애널리스트 수가 1580명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4년 새 400명 이상이 줄어든 것이다.
‘증권가의 꽃’이라 불리던 애널리스트들은 증권가를 떠나 어디로 갔을까. 전문인력이 필요한 자산운용사나 아예 여의도를 떠나 담당하던 업계로 자리를 옮기는 경우가 많다는 게 업계의 증언이다.
애널리스트는 업무 특성상 자료와 실사를 통한 기업과 업계 분석과 예측을 주로 담당하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도 이들을 데려갈 유인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특히 CJ(001040) 등 음식료업계나 POSCO(005490), 삼성SDS(018260)등 대기업에서 이들 애널리스트를 영입하고 있다.
한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증권가의 불황으로 업황의 미래에 대해 희망을 갖지 못한 애널리스트들이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기업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특정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높기 때문에 기업에서도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각 증권사에서는 연구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음식료업계 등 일부 업계는 담당하는 애널리스트가 아예 없는 경우도 허다하다.
실제 50명 이상 애널리스트를 보유한 대형 증권사는 2012년 말 KDB대우증권(006800)·삼성증권(016360) 등 8개사에 달했지만, 3월13일 현재 이 조건을 충족시키는 증권사는 5개에 불과하다
증권사 관계자는 “경력이 풍부한 애널리스트들이 많아야 종목에 대한 분석과 예측을 할 수 있는데, 애널리스트가 줄어들어 아예 분석을 포기한 분야도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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