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동양증권이 속전속결로 매각 절차를 서두르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증권업황 부진에 경쟁매물이 늘어나는데다, 기업가치 또한 훼손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1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동양증권 대주주인 동양인터내셔널과 동양레저, 매각주관사인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은 다음 주 중으로 공개매각 공고를 할 예정이다. 이후 입찰제안서 접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본계약까지 3월쯤 마무리짓겠다는 계획이다.
◇ 영업력 훼손·증권사 매물 급증 우려
일반적으로 인수합병(M&A) 작업이 1년여가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2개월 남짓 일정을 잡은 것은 사실상 ‘번갯불에 콩 볶아 먹는’ 수준이다. 그것도 시장 예상 가격은 2000억원대에 달한다.
동양증권 관계자는 “동양증권 대주주가 회생절차 진행 중에 있는 만큼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매각을 완료할 계획”이라며 “매각 일정이 지체될수록 영업력 악화에 따른 기업가치 훼손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현재 회생절차를 진행 중인 대주주는 동양증권을 높은 가격에 매각하는 게 좋다. 또 불완전판매 논란에 휩싸인 회사채·기업어음(CP) 투자자들은 더 많은 보상을 기대할 수 있다.
동양증권은 이미 대규모 고객이탈로 영업력이 많이 훼손된 상태다. 동양증권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고는 지난해 12월말 기준 2조원을 기록하며, 전년대비 25% 가량으로 축소됐다. 고객자산도 27조원으로 1년새 20조원 가량 줄었다.
특히 업황부진이 계속되면서 증권사 매물이 쌓이고 있다는 점도 매각 일정을 서두르게 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적기시정조치 기준을 강화하고 콜시장을 규제하는 등 증권사 구조조정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어 앞으로 경쟁 매물이 급증할 수 있다는 점은 동양증권에도 큰 부담이다.
최근 현대그룹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현대증권을 매물로 내놨다. 매각이 유보된 대우증권이 나올 수도 있고 LIG손해보험 매각에 따라 LIG투자증권도 매물로 나올 수 있다. 아직 처리되지 않은 아이엠투자증권, 이트레이드증권 등 중소형 증권사 매물도 쌓여 있다.
◇ 인수전 안갯속..한발 앞선 유안타證
인수전이 계획대로 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유력 인수후보로 꼽혔던 KB금융은 전일 인수가능성을 공식 부인했다. KB금융은 우리투자증권과 동양증권을 놓고 저울질하기도 했지만 우리투자증권 인수전 탈락 이후 일단 증권사 인수 카드를 접었다.
유력 인수 주체로 거론됐던 새마을금고 역시 동양증권 인수전 참여가 불확실하다. 실무진들의 반대가 거센 것으로 알려졌다.
서명석 사장 취임 전부터 접촉하고 있는 대만계 증권사 유안타 증권이 사실상 유일하다. 유안타증권은 지난해 11월 26일부터 2주가량 동양증권에 대한 실사를 진행했다. 이후 공개매각으로 입찰 방식이 바뀌고, 법원이 매각 일정을 주도하면서 매각 절차는 중단된 상태다.
동양증권 고위관계자는 “동양증권이 영업기반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인수대상자는 단순히 구주를 매입하는 것이 아니라 신주 발행을 통해 새로운 자본금 전입을 할 수 있는 능력과 의사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