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대표적 재정위기국 중 하나였던 스페인이 달라졌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아 불황에 시달리던 스페인 경제가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 지난해 4분기 GDP성장세 6년만에 최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13일(현지시간) 스페인 국내총생산(GDP)이 약 6년만에 가장 큰 성장세를 보였다고 보도했다.
루이스 데 귄도스 스페인 경제장관은 이날 의회에서 “지난해 4분기 0.3%의 GDP 성장률을 기록했다”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6년만에 처음으로 국면이 전환됐다”고 말했다. 직전분기인 3분기에는 0.1% 성장률을 기록했다.
특히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실업률 하락이다. 전체 노동인구 4명 중 1명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할 정도로 실업난에 빠져있던 스페인은 최근 실업률이 떨어지기 시작했다는 진단을 받고 있다.
지난해 12월 등록된 스페인 실업자수가 10만8000명으로 집계돼 12월 실업자 수로는 가장 큰 감소폭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스페인 실업자수는 3개월째 줄어들었다.
FT는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워진 이주 노동자들이 자국으로 돌아가거나 장기 실업자들이 실업수당 등록 명부에서 제외된 것이 실업자 감소에 일부 영향을 미쳤다”면서 “그러나 대부분 전문가들은 지난 2012년 노동시장 개혁과 지속적인 임금 하락으로 완만한 회복세가 시작됐다는 데 동의했다”고 전했다.
노동시장 전문가 마르셀 얀센 마드리드 자치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수개월간 고용 창출이 우리 모두 놀랄 만큼 상당한 규모로 이뤄졌다”며 “지난해 가을 이후 스페인 경제는 확실한 회복 징후를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얀센 교수는 또 “이같은 회복이 얼마나 견조한지에 대해서는 판단하기 어렵지만 수치가 예상치를 뛰어넘은 것만은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오랜기간 고통받았던 스페인 서비스 분야도 지난해 12월 6년여만에 최대 폭으로 성장하며 호재를 더했다. FT는 “기업 및 소비자신뢰지수 역시 지난해말 눈에 띄는 도약을 보여줬다”며 “턴어라운드(호전)가 가까이 다가왔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스페인 경제를 낙관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나왔다.
루이스 가리카노 런던정경대(LSE) 교수는 “스페인 등 유로존 재정위기국은 여전히 큰 변동성과 잠재적 위험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가리카노 교수는 이어 “금융시장들이 스페인의 힘겨운 현실과는 다르게 근본적인 구조 문제에 대해 너무 낙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로존 경기 햇빛 든다
한편 유로존의 전반적인 경기는 회복 조짐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12월 유로존내 가계와 기업의 경기신뢰지수는 100.0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11년 7월 이후 2년5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며 최근 9개월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에 따라 향후 전반적인 경기와 소비경기가 모두 회복세를 지속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11월 유로존 소매판매는 전월대비 1.4%, 전년동월대비 1.6% 각각 성장했다. 전월대비 판매 증가율은 최근 12년만에 최고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집계한 지난해 11월 경기선행지수(CLI)는 직전월보다 0.11포인트 오른 100.9를 기록했다. 특히 유로존 CLI는 101.0으로 전체 회원국 평균을 넘어섰다. 유로존 CLI는 지난해 여름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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