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기용 기자] 지난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로부터 3년이 넘게 지났지만 미국 경제가 여전히 `가계부채의 늪`에 빠져 있다고 4일 로이터가 보도했다.
이를 바로잡는 데에 수년의 시간이 걸리는 상황. 때문에 일각에선 `대규모 부채 경감`이란 급진적 해결책을 촉구하기도 한다. 이들은 연방정부의 정책 결정자들이 채권자와 은행, 가계 사이의 합의를 주선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이 경우 당장의 현금부족 상황에 처한 주택 보유자가 주택담보대출분을 경감받는 대신 은행과 채권자들은 심각한 수준의 감가상각을 부담하거나 보유자산 가치의 절하나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랜달 레이 미주리대학 교수(경제학)는 "우리는 이 과정을 너무 미뤄왔다"면서 "부채경감과 일자리 대책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경제회복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은 연방준비제도(Fed)가 3조달러에 달하는 경기부양 프로그램과 긴급융자를 통해 기준금리를 `제로`(0)에 가깝게 유지하며 경기후퇴를 막으려 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도 미국 가계의 부채 문제를 해결하진 못한다.
현재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0%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 오스트리아나 독일, 스페인, 프랑스보다 높다. 심지어 국가부도 위기에 몰린 그리스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수천만명의 미국 시민이 주택담보대출 외에도 치솟는 카드빚과 등록금 대출 등에 시달리고 있지만 현금 유동성이 풍부한 미국 기업들은 고용을 주저해 실업률은 9% 선의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코어로직에 따르면 올 상반기 현재 160만명에 달하는 미국 내 주택 소유자들이 주택담보대출을 갚지 못하거나 담보인 주택의 처분 절차에 들어가 있다. 미국 내 주택 소유자의 22.5%인 1090만명의 사람들은 집값이 애초 대출금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떨어져 있다. 2009년 4분기에 1130만명에 달했던 이 숫자는 이후 줄곧 하락했는데 집값이 올라서가 아니라 주택의 처분 절차에 들어간 경우가 늘었기 때문이라는 게 코어로직의 설명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는 "우리는 현재의 위기를 제2의 대위축(Great Contraction)이라 불러야 한다"면서 "막대한 가계 빚에 짓눌린 상황이 앞서 경기후퇴 시기와의 차이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