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민재용 기자] 외환은행(004940) 매각 작업이 장기 표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외환은행 인수에 관심을 보여왔던 호주뉴질랜드(ANZ) 은행과 국내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가 외환은행 입찰에 참여하지 않은데다 국내 유력한 인수 후보군인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도 외환은행 인수에 별다른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27일 금융권과 외신에 따르면 ANZ 은행과 MBK파트너스가 외환은행 매각 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ANZ와 MBK는 외환은행 지분 51%를 인수하는 방안에 대해 대해 론스타와 협상을 벌여왔다.
MBK측은 당초 이달 말까지 입찰제안서를 제출, 외환은행 인수를 계속 추진한다는 방침이었지만 시장에서는 컨소시엄 구성 등 전략적투자자(SI)를 찾기가 쉽지 않아 입찰제안서를 제출할 가능성이 낮다고 전망해 왔다. 호주 ANZ은행의 경우 지난 4월 론스타가 약 5조원 이상의 높은 인수 가격을 제시하자 협상에 소극적이었다.
론스타측이 유력한 인수 후보자로 기대를 걸었던 국내 금융권도 아직까지 외환은행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국내 금융사 중 가장 강력한 인수 후보였던 KB금융(105560)지주는 어윤대 회장 취임 이후 후보군에 제외됐다. 어 회장은 "향후 2~3년간 M&A(인수합병)에 나서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외환은행 인수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또 다른 유력 인수 후보인 하나금융지주(086790)는 우리은행 민영화 방안 발표가 지연되면서 외환은행에 대한 인수 의지를 표현하지 않고 있다.
증권가에서도 외환은행이 단기간내 매각될 가능성이 낮다는 보고서를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우리금융 민영화가 진행돼야 국내 금융사가 외환은행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지만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며 "불안한 해외 금융환경을 감안하면 적극적으로 인수의지를 보일 해외 금융기관을 기대하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JP모간도 "신뢰할 만한 매수자가 부족한 점이 매각 작업을 방해하고 있다"며 외환은행 매각에 부정적 시각을 드러냈다.
예정됐던 본입찰 작업이 무산되자 론스타는 일단 입찰 마감일을 더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금융권 일각에서는 당분간 국내·외 경제 상황을 살피며 매각작업 속도조절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공적인 딜이 아닌 `프라이빗 딜`이라 매각 일정은 론스타 측에서 얼마든지 조정할 수 있다"며 "우리은행 민영화 작업 등 국내외 금융권 상황을 지켜보며 향후 수의계약을 통해 매각 작업을 재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론스타는 지난 2003년 12억달러에 외환은행을 인수한 뒤 지난 2006년 국민은행과 2007년엔 HSBC은행과 매각협상을 진행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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