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진철기자] 서울 장충동의 족발 음식점들이 몰려있는 골목에 들어서면 공통점이 있습니다. 음식점 간판마다 이름은 각기 달라도 `원조`라는 단어가 들어있죠. 최근 증권가에도 때아닌 원조논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CMA를 두고 증권사들이 벌이는 신경전을 증권부 이진철 기자가 들여다봤습니다.
요즘 월급을 어느 통장으로 받고 계신가요?
만약 은행권의 일반 수시입출금 통장으로 월급을 자동이체했다면 재테크에 대한 개념이 없다고 핀잔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기존 은행통장의 서비스를 그대로 이용하면서 금리도 높은 증권사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Cash Management Account)가 있기 때문인데요. 증권사 CMA는 하루만 맡겨도 연 4% 내외의 이자를 받을 수 있습니다.
여기에 최근 출시되고 있는 증권사의 CMA는 대부분 은행과 연계해 지급결제 기능이 부여된 데다 신용카드사와 제휴한 CMA체크카드도 나온 상태입니다. 이밖에도 증권사별로 공모주 청약 우대, 포인트 적립 등 부가서비스까지 제공하면서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모으고 있습니다.
3월말 현재 CMA 잔고는 전월대비 23.2%, 작년 9월말대비 151% 각각 증가한 13조9000억원을 기록하고 있으며, CMA 계좌수도 228만좌로 작년 9월말 대비 119% 증가했다는 증권업협회 통계를 보더라도 CMA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치열한 경쟁 속에서 대형증권사인 동양종금증권과 삼성증권간에 눈에 보이지 않는 `내가 CMA 원조`라는 신경전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원래 CMA는 종금사의 대표적인 단기 금융상품으로 은행 보통예금처럼 수시입출금이 가능하면서 우량 어음 및 채권 등으로 자산을 운용해 그 수익을 돌려주는 실적배당 상품이었습니다.
따라서 종금업을 겸영하고 있는 동양종금증권은 자신들의 상품이 CMA의 정통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동양종금증권은 2004년 4월부터 CMA라는 단기금융상품에 자동납부서비스 등 은행의 주거래통장 기능을 결합해 `CMA 자산관리통장`이라는 명칭으로 서비스하기 시작했습니다.
반면 삼성증권은 2004년 1월 출시한 삼성SMA(Samsung cash Management Account)가 현재의 증권사 CMA 상품의 원조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현재 삼성증권의 CMA 상품의 원조격인 삼성SMA가 은행통장처럼 편리할 뿐만 아니라 하루만 맡겨도 이자가 붙고, 샐러리맨의 급여이체 계좌는 물론, 법인 및 자영업자에게도 적합한 상품이었다는 점에서 동양종금증권보다 한발 앞서 나왔다는 설명입니다.
동양종금증권과 삼성증권의 CMA 투자대상인 RP(환매조건부채권) 및 MMF(머니마켓펀드)의 차이점에 대해 언급하지 않더라도 양사의 원조 신경전은 어찌보면 현재의 상황에서 별 의미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양사 모두 증권사의 인기상품을 선도했다는 자기만족이 있을지언정 현재 CMA를 취급하는 증권사 숫자가 작년 9월 12개사에서 올 4월 현재 19개사로 크게 늘어났고, 고객들을 유치하기 위한 증권사간 CMA 마케팅 경쟁도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각에선 증권사의 CMA 경쟁이 단기적으로 수익성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증권사에게 CMA는 마진이 적은 반면 과도한 지급결제 관련 비용과 마케팅비용 증가, 운용자산의 가격 등락에 따른 위험노출 등으로 실적에 부정적으로 작용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원조 장충동 족발`, `원조 마포갈비`, `원조 춘천닭갈비` 등 원조라는 간판을 단 음식점들은 우리 주변에 널려 있습니다. 그러나 음식점을 찾는 손님들은 `원조`라는 간판보다는 실제 느껴지는 `음식의 맛`을 중요시합니다.
증권사 CMA도 `원조` 보다는 앞으로 고객들에게 어떤 진일보한 편리한 서비스와 혜택을 제공하고, 증권사 자신들의 수익성 증대로 연결시킬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전망입니다.
이미 증권사 CMA `원조 2라운드` 경쟁이 시작된 상황에서 최후의 승자는 과연 누가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