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원포인트 수시 인사를 통해 사장급 TV 사업 수장을 교체하는 파격을 단행한 배경에는 이런 고민이 깔려 있다. 삼성전자는 TV 사업에 대한 고강도 경영진단을 통해 기존 하드웨어 중심 구조로는 ‘돈 안 되는’ 사업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고 보고, 마케팅·서비스 전문가인 이원진 사장을 ‘소방수’로 낙점했다. 추후 삼성 TV 사업은 전례 없는 대수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삼성 TV 출하량, 이미 中에 뒤처져
4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 출하량 기준 13%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중국 TCL(16%)에 역전을 허용했다. TCL은 중국 외에 아시아태평양, 중동, 아프리카 등에서 선전하며 전년 대비 10% 성장세를 보였다.
직전달인 지난해 11월 수치를 봐도 ‘중국의 힘’을 엿볼 수 있다. 중국 TCL(16%)과 하이센스(10%)가 삼성전자(17%)를 바짝 추격했기 때문이다. LG전자는 9%로 4위에 머물렀다. “출하량 기준으로는 중국 TV가 이미 한국을 앞서고 있다”는 현장 관계자들의 진단이 사실로 굳어지고 있는 것이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일본 소니와 협업해 합작사를 세우는 TCL이 프리미엄 시장까지 잠식하면 금액 기준으로도 1위에 오를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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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수’ 이원진, TV 대전환 특명
삼성전자가 이날 구글 출신 이원진 DX부문 글로벌마케팅실장 사장을 신임 VD사업부장으로 선임하는 원포인트 인사를 단행한 것은 이같은 배경이 깔려 있다. 삼성전자가 사장급 사업부장을 연말 정기 인사가 아닌 연중 수시 인사 형식으로 선임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그만큼 이번 인사의 의미가 작지 않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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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장은 VD사업부장을 맡으면서 기존 서비스비즈팀장을 겸직하는 점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 삼성 TV 전략의 중심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바뀌는 신호탄이라는 관측이 나올 정도다. 이 사장은 구글 시절의 경험을 살려 고객의 시청 경험을 돕는 광고 기반 무료스트리밍 서비스 ‘삼성 TV 플러스’, 아트 구독 서비스인 ‘삼성 아트스토어’ 같은 서비스 확장에 더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TV를 얼마나 더 많이 팔지’에서 ‘프리미엄 TV를 통해 어떻게 수익을 낼지’로 고민의 틀이 완전히 달라지는 예고편이 이번 인사인 셈이다.
이번 파격 인사는 노태문 대표이사 겸 DX부문장 사장이 강하게 밀어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 사장은 갤럭시 스마트폰 성공 신화를 통해 대표이사까지 오른 인사다. 스마트폰 역시 중국의 추격을 받고 있는 와중에 인공지능(AI) 같은 소프트웨어 경쟁력에 더 초점을 두면서 선방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를 TV에도 접목하겠다는 게 노 사장의 의중으로 읽힌다. 실제 이원진 사장은 2020~2023년 4년간 MX사업부 서비스비즈팀장 겸 VD사업부 서비스비즈팀장으로 일한 경험이 있다.
IT업계 한 고위인사는 “스마트폰과 TV 모두 오랜 기간 굳어진 폼팩터를 완전히 새롭게 혁신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 그게 가능하다고 해도 중국 역시 바로 쫓아올 수 있는 하드웨어 실력을 이미 갖췄다”며 “사업구조의 대전환이 불가피한 시점”이라고 했다.
이번 인사를 통해 DX부문장 보좌역으로 물러난 용석우 사장은 R&D 전문성을 바탕으로 AI, 로봇 등 세트사업 전반에서 자문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