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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 매니저인데요" 유명인 사칭 '대리구매 사기' 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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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민 기자I 2025.04.18 11:17:34

수원시 인계동서 최근 콘서트 연 유명가수 매니저 사칭해
회식 빌미로 수천만원 와인값 대리구매 유도 후 잠적
화성에서는 구치소 직원 사칭해 방탄복 대리구매 사기
수천만원 상당 피해 발생, 경찰 피의자 추적 중

[수원=이데일리 황영민 기자]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에서 ‘영천식당’이라는 상호의 음식점을 운영하는 임태선(52)씨는 지난 11일 자신을 ‘유명가수 매니저’라고 소개한 인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음식점 인근에 위치한 경기아트센터에서 콘서트가 끝난 뒤 24명 단체예약을 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임태선씨가 유명가수 매니저를 사칭한 인물로부터 받은 고가의 와인 대리구매 요구 문자 내용.(사진=임태선씨 제공)
그런데 예약 조건이 조금 특이했다. 회식 때 한 병당 550만원 상당의 고가 와인을 10병가량 지인들에게 나눠주려 하니, 자신이 소개하는 와인업체 담당자를 통해 대신 구매해 주면 회식 후에 음식값과 함께 일괄 계산하겠다는 것이다.

임태선씨는 이데일리와 통화에서 “때마침 해당 가수의 콘서트가 수원에서 예정돼 있었지만, 너무 고가인 탓에 망설여졌고 이내 의심으로 바뀌었다”면서 “마침 매니저라는 사람이 소개한 와인 업체 인근에 사는 지인이 있어 확인해 달라고 하니 해당 업체는 있었지만, 담당자라고 소개해 준 인물은 없는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임씨는 이어 “심지어 해당 업체에서는 최근 한 직원이 수천만원에 달하는 와인 대금을 횡령한 뒤 잠적했다고 이야기했고, 사기라는 의심은 확신이 됐다”며 “사기꾼은 다음날까지도 계속 연락이 오다가 점심 무렵에서야 ‘소속사 대표가 회식장소를 강남으로 바뀌었다’고 예약을 취소했다”라고 전했다.

기지를 발휘한 임씨는 무사히 피해를 입지 않았지만, 결국 다른 피해자는 발생했다. 인계동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또 다른 상인 B씨는 결국 꼬드김에 넘어가 매니저가 소개한 와인 업체 담당자에게 3000만원을 이체했다.

임태선씨의 경험과 유사하게 이들은 실제 소속사 명함과 회식 예산 문서, 와인 업체 대표의 명함까지 보여주면서 B씨에게 결제를 유도했다. 그러나 해당 와인 업체는 존재하지 않는 유령업체였다. 두 사건은 같은 날 벌어졌다.

최근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관공서 공무원이나 유명 연예인 소속사 직원을 사칭해, 금품을 편취하는 이른바 ‘대리 구매’ 사기 수법이 잇따르고 있다.

18일 경기남부경찰청에 따르면 수원 인계동에서 발생한 사기 사건과 유사한 사례는 지난 2월에도 발생했었다. 2월 28일 화성시의 한 가구점에 본인을 ‘구치소에 근무하는 공무원’이라고 소개한 남성이 전화를 걸어 “해당 업체의 물품을 구매하겠다. 대신 방탄복 업체를 소개해 줄 테니 우선 구매해달라”라고 요구했고, 이 역시 3000만원 상당의 피해로 이어졌다. 경찰은 현재 수원과 화성 사례 외에 추가 피해를 조사 중이며, 피의자를 추적 중이다.

경기남부경찰청 관계자는 “최근 관공서나 연예인 소속사를 사칭해 물품 대리 구매를 요구하는 수법이 확인되고 있다”라며 “이와 같은 요청을 받을 경우 범죄 가능성을 우선 의심하고, 절대 계좌이체를 하지 말아야 한다”라고 주의를 당부했다.

이어 “요구한 기관이나 업체에 직접 연락해 실제 소속 직원이 맞는지 반드시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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