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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물값 급등, 기대인플레까지 부추겨…중앙은행에 골칫거리"

이정훈 기자I 2022.04.19 13:22:53

국제신용평가사 피치 "곡물값, 신흥국 인플레에 큰 충격"
"음식료값 직접 끌어 올리고, 인플레 기대심리도 부추겨"
"식단 내 밀·옥수수 비중 높은 유럽·아프리카에 더 충격"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장기화로 인해 가파르게 뛰고 있는 국제 곡물가격이 음식료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것은 물론이고 사람들의 기대 인플레이션을 높이는 만큼 인플레이션과 싸우고 있는 각 국 중앙은행들에게는 또다른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피치 레이팅스(Fitch Ratings)는 19일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곡물 가격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가파르게 뛰고 있는데, 이 같은 곡물값 인플레이션은 미국과 유럽에서의 인플레이션을 더 가속화하는 것은 물론이고 특히 신흥국들에게 훨씬 더 큰 경제적 충격을 가할 것”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실제 옥수수와 밀, 보리, 해바라기씨 오일 등 핵심 곡물 가격은 지난 달부터 급등세를 타고 있다. 특히 이들 곡물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의 수출 의존도가 높은 편으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 밀과 보리 수출량의 3분의1을 맡고 있고, 해바라기씨 오일의 3분의2를 차지하고 있다.

아울러 우크라이나 항만 인프라의 파괴나 흑해 탄광 붕괴 등으로 인해 곡물 수출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한 피치는 “러시아 곡물 생산이나 수출이 경제 제재나 전쟁으로 인해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있지만, 전쟁 이후 국제 수입상들이 러시아산을 피하고 있으며, 러시아도 일부 곡물 수출을 비우호국에 수출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를 작성한 브라이언 컬튼 리치 레이팅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일부 신흥국들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로부터 주로 밀을 수입하고 있다”며 “실제 이집트와 터키는 전체 밀 수입량의 75%와 84%를 이들 두 나라에 의존하고 있다”며 직접적인 충격을 우려했다.

이어 “대부분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로부터 거의 수입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글로벌 곡물값 급등은 자국 내 소비자물가 상승을 통해 대부분 국가들에게 영향을 미친다”면서 “일례로 미국만 해도 3월 소비자물가가 8.5%나 상승했는데, 이 중 곡물가격은 소비자물가 중 1.2%포인트나 영향을 줬으며 이는 1981년 이후 41년 만에 최대 기여도였다”고 말했다.

아울러 곡물값 상승이 기대 인플레이션에도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은 여러 논문을 통해 입증됐다면서 그런 점에서 최근 곡물 가격 상승은 특히 신흥국 중앙은행에게는 기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걸 방해하는 악재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풀턴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직접적 영향은 소비자물가지수 바스켓 내 곡물 비중에 따르는데, 아프리카 국가들의 경우 40%에 이르는 반면 신흥국들은 25~30%이며 선진국의 경우 10~15% 수준”이라며 “그나마 전체 식단의 40% 가까이가 쌀인 동남 아시아 신흥국은 밀 비중이 7% 수준이라 가격 상승에 덜 영향을 받지만, 유럽은 전체 식단에서 밀은 25%에 이르러 영향을 더 크게 받을 것”이라고 점쳤다.

또 “공급 차질 우려는 최근 곡물 가격 상승의 일부 요인일 뿐이며 에너지와 비료값이 뛰는 것도 곡물값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천연가스 가격이 뛰면서 비료값도 올랐다. 러시아는 전 세계 칼륨 비료의 3분의1을 차지하고 있다. 질소와 복합 비료는 20%에 이르고 있는데, 러시아는 현재 비료 수출을 중단한 상태다. 유럽과 미국 농가에서는 파종기를 앞두고 있고, 특히 남미와 중앙 아시아 등 러시아산 비료에 크게 의존하는 국가들은 대체 수입처를 찾아야 한다고 풀턴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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