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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 vs 중러’ 신냉전 가능성
존 커비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2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미국 병력을 루마니아와 폴란드, 독일에 추가 배치할 것”이라며 “병력 2000명이 수일 내로 유럽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이번 사태 이후 동유럽에 직접 파병하는 건 처음이다.
그는 “2000명 중 대부분은 폴란드에 배치할 것”이라며 “독일에 주둔하고 있던 미군 중 1000명은 루마니아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폴란드와 루마니아는 우크라이나와 직접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나라다. 우크라이나 인근에 미군 3000명이 더해지는 셈이다. 이들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러시아에 맞서 신속대응군을 가동할 경우 지원에 나선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번에 이동하는 병력 대부분은 육군 최정예 부대인 82공수사단인 것으로 알려졌다. 커비 대변인은 또 “추가 병력을 유럽에 배치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언급했다.
나토는 즉각 환영하고 나섰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성명에서 “루마니아, 폴란드, 독일에 병력을 추가 배치해 나토의 집단 억지와 방위를 강화하겠다는 미국의 결정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결단은 전날 푸틴 대통령이 전쟁 가능성까지 내비칠 정도로 강경하게 나온 데 따른 대응 성격으로 보인다. 미국이 나토의 동진 금지 등을 포함한 러시아의 핵심 안보 요구를 거부하자 푸틴 대통령이 ‘강대강’ 대응을 했고, 이에 미국이 파병 카드를 꺼내 든 셈이다. 커비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과 세계에 강력한 신호를 보내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이에 러시아는 즉각 맹비난에 나섰다. 알렉산드르 그루슈코 러시아 외무차관은 “군사적인 긴장을 고조시키고 정치적인 결정을 위한 여지를 좁히고 있다”고 성토했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러시아의 입장을 지지한다는 점에서 신냉전 구도로 확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서방 진영과 중러 사이의 갈등이 깊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푸틴 대통령은 중국의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최를 맞아 방중에 나선다. 4일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오찬을 겸한 회담을 한 후 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한다. 푸틴 대통령은 중국 신화통신 기고를 통해 “(두 나라는) 수 세기 동안 우정과 신뢰의 전통으로 연결된 가까운 이웃”이라고 평가했다.
◇지정학 위험에 국제유가 폭등
우크라이나 사태는 딴 세상 얘기가 아니다. 국제질서의 급변과 함께 가장 현실적으로 처할 수 있는 위험은 에너지 대란이다. 러시아가 원유, 천연가스 같은 원자재의 주요 생산국이어서다.
당장 국제유가가 급등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3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 거래일과 비교해 0.07% 상승한 배럴당 88.26달러에 장을 마쳤다. 2014년 10월 이후 약 7년여 만의 최고치다. WTI 가격은 새해 들어 불과 한달 간 17.35% 폭등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되는 브렌트유 4월물 가격은 배럴당 89.47달러에 마감했다. 장중 한때 90달러를 돌파했다. 브렌트유의 경우 올해 15.03% 뛰었다. 시장 안팎에는 배럴당 100달러 도래는 시간문제라는 전망이 많다.
벤 케이힐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소장은 NYT에 “러시아의 잠재적인 침공 가능성이 원유시장을 긴장시키고 있다”며 “어떤 혼란이 오든 국제유가를 100달러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으로 오르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JP모건체이스의 나타샤 커니버 원자재 리서치 책임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지정학 위험이 확실히 커졌다”며 “배럴당 12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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