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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돌연 사임 의사를 밝힌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불과 전날까지만 해도 정권 재창출에 대한 굳은 의지를 보인 터라 일본 열도가 충격에 빠진 모습이다.
◇스가 총리 돌연 사퇴의사…“코로나 대응에 전념”
3일 스가 총리는 오후 1시 기자들과 만나 오는 29일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스가 총리는 “총재 선거에 출마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대책과 선거를 동시에 진행하기에는 막대한 에너지가 필요해 양립할 수 없다”며 “코로나 대책에 전념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내각제인 일본은 집권당 총재가 총리를 지내는 구조다.
이에 따라 스가 내각은 1년여만에 막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오는 30일 총재 임기가 끝나면 지난해 9월 취임 1년 만에 총리직에서 물러난다.
집권 자민당도 스가 총리의 갑작스런 사태에 당황하는 분위기다.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장은 “솔직히 놀랐다. 숙고한 끝에 총리가 이 같이 결정한 것이라 생각한다”며 “우리가 그 뒤에 입씨름해도 적절하지 않다 생각해 총리 생각을 모두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스가 총리는 총리 재선 의지를 강하게 보여 왔다. 전날까지만 해도 니카이 간사장과 고이즈미 신지로 환경상을 만나 차기 총재 선거에 의욕을 드러낸 터다. 총리직을 지키려면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재선 문턱을 넘은 뒤 중의원(하원)을 새롭게 구성하기 위한 총선을 승리로 이끌어 자민당의 다수당 지위를 지켜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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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강행 후혹풍으로 지지율 급락…자민당 미래도 불투명
스가 총리는 재선을 위한 첫 관문인 자민당 총재 선거 승리 역시 장담할 수 없다는 판단 상황이 되면서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미흡한 코로나19 대처로 국민 불만이 쌓인데다가 여론 반대에도 불구하고 도쿄올림픽을 강행하면서 지지율이 내려앉은 탓이다.
그 결과 스가 내각 지지율은 최근 정권 유지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30% 밑으로 붕괴했다.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4달 연속 웃돌며 유권자 60%가 “스가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답할 정도였다. 이는 2011년 동일본대지진 이후 무능하다는 평가를 받은 당시 여당인 입헌민주당 이후 최악의 지지율이다. 당시 입헌민주당은 그 다음해 총선에서 자민당에 정권을 내줬다.
차기 일본 총리로 적합한 인물이 누군지를 묻는 여론조사에서도 스가 총리는 11%의 지지를 얻는데 그쳐 4위에 그쳤다.
스가 총리의 갑작스런 사임으로 자민당 총재 선거의 향방도 불확실해졌다. 차기 총리 1순위로 꼽히는 고노 다로 행정개혁 담당상은 스가 총리의 연임을 지지한다는 입장이었지만, 대중적 인기를 등에 업고 출마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지난해 총재 선거에서 2위를 차지한 기시다 후미오 전 자민당 정무조사회장은 일찍이 출마를 선언했다. 그간 출마 여부를 확실히 하지 않은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도 출사표를 던질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