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금융감독당국이 개성공단 입주기업에 대한 긴급 유동성 실태 파악에 착수했다. 개성공단 운영중단으로 실제 유동성 위기에 처한 기업을 골라내 적절한 지원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날 18개 은행을 소집한 자리에서 “실제 피해가 막대한 입주기업을 걸러내기 위해 123개 입주기업에 대한 유동성 실태 점검을 시행하라”고 지도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일부 기업은 개성공단 생산에만 의존하고 있어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고, 일부는 의존도가 낮아 개성공단 운영이 중단되더라도 별문제가 없는 곳도 있다”며 “기업 사정에 맞게 은행권의 지원을 다양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개성공단 입주기업 123개사 중 개성공단 의존도가 100%인 기업은 10개사로, 이중 6∼7개사는 개성공단이 정상화되지 않을 경우 버티기가 어려운 상황으로 알려졌다. 5700여개사의 하청업체 역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
금감원은 입주기업 대부분이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만큼 ▲대출금 회수 자제와 만기 연장 ▲일시적인 이자 감면 ▲신용도 하락에 따른 대출 거부 자제 등을 은행들에 협조를 당부했다. 현재 123개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대출 규모는 1조6000억원 수준이다.
다만 은행권은 경영상 문제로 유동성 위기에 빠졌는데도 ‘개성공단 운영 중단’을 핑계로 대출 상환 연장 등 지원책을 요구하는 기업은 걸러내기로 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감원의 유동성 실태 점검은 일부 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막겠다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이날 남북협력기금 특별대출(630억원)과 중소기업창업 및 진흥기금(1000억원), 정책금융공사(1000억원), 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369억원) 등 총 3000억원의 운전자금 지원을 결정했다. 우리은행 1000억원, 기업은행 1000억원, 수출입은행 3000억원 등 금융회사도 자금 지원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