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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값 올릴때 내릴때 달라`..기름값 데자뷰?

문영재 기자I 2011.05.26 16:08:09

대통령 경고에 식품업계 떨고 있나?
李대통령 "제품가격 투명해야" 쓴소리

[이데일리 문영재 기자] 이명박 대통령이 정유업체에 이어 식품업체들에게 비판의 화살을 돌려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대통령은 26일 "국내 기업들이 제품가격을 올릴 때와 내릴 때 (가격) 반영 기간이 다르다"며 "무엇보다 투명하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제87차 국민경제대책회의에서다.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국제 곡물가격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식품업체들이 오히려 제품값을 올려 물가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정유업체를 상대로 한 `기름 값이 묘하다`라는 발언을 상기시키며 식품업체들에 대한 일종의 `경고메시지` 성격이 강하다고 평가했다.

◇ 李대통령 "독과점 위치의 식품업체, 공익적 생각해야"

대통령은 이날 국제 곡물가격이 수개월의 시차를 두고 국내 물가에 반영된다는 보고를 받고 "기업의 이윤 추구도 중요하지만 공익적 관점에서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은 특히 "과점·독점적 위치에 있는 기업들이 공익적 생각들을 하면 우리사회가 훨씬 좋아지지 않겠나"라고 말했다고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실제로 최근 밀과 옥수수, 대두, 원당 등 주요 국제 곡물가격은 지난 4월 초를 정점으로 일제히 하락반전했다. 유로존 재정위기 문제와 미 달러화 강세가 곡물가격 하락을 이끌었다.

지난 4월초 설탕의 원재료인 국제 원당가격은 1파운드당 25.9센트에서 지난 23일 21.5센트를 기록, 17%나 떨어졌다. 밀가루원료 소맥가격은 부셀당 8.26달러에서 8.03달러로 2.8% 하락했고 콩기름 원료인 대두도 부셀당 13.95달러에서 13.73달러로 1.6% 떨어졌다. 전분의 원료 옥수수는 부셀당 7.67달러에서 7.54달러로 1.7% 내렸다. 또 원유와 금·은의 원자재값도 급락하고 있다.

◇ "안 오르는게 없다"..릴레이 가격인상 나선 식품업체


이 처럼 국제 원자재 가격이 떨어지는데도 불구하고 식품업체들은 제품가격을 잇따라 인상하고 있다. CJ제일제당(097950)은 캔햄 제품 `스팸`의 소매가격을 평균 9.3% 인상했다.
 
가장 많이 팔리는 스팸 클래(340g) 제품은 대형마트 기준으로 4600원에서 4980원으로 8.3% 올랐다. 대상(001680) 청정원도 최근 캔햄 2개제품 가격을 9.5% 올렸다.

유제품 중에서는 빙그레(005180)가 지난달 말 주요 대형마트 공급가를 올린데 이어 최근 주요 편의점에서 가공우유 `바나나맛 우유(240㎖)`의 값을 1000원에서 1100원으로, `요플레(100㎖)` 가격을 750원에서 800원으로 인상했다. 사조산업(007160)도 다음 달 10일부터 참치캔 15개 품목의 소매가격을 10% 인상키로 했다.

이달 초에는 과자와 제빵, 음료 등 2차 식품 가공업체들이 일제히 가격 인상에 동참했다. 농심(004370)을 비롯해 오리온(001800), 롯데제과(004990) 등 제과류업체들은 주요 제품의 가격을 평균 10% 내외로 올렸다.

지난 3월과 4월에는 CJ제일제당과 삼양사(000070), 동아원(008040) 등 제분과 제당 업계가 국제 원자재가격 상승을 이유로 밀가루와 설탕 가격을 올린 바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식품업체들이 한 번 올린 가격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며 "이를 감안하면 이들 업체들의 이익규모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 `기름값 논란` 결국 4대정유사에 과징금 4348억
 
대통령은 올 1월에도 국민경제대책회의에서 천정부지로 치솟던 기름값에 대해 `묘하다`는 표현을 써가며 적정 수준인지 검토할 것을 주문했다. 당시 대통령이 직접 기름값에 대해 언급하자 정유업계 안팎에서는 `가격인하` 압박으로 해석했다.
 
대통령 발언 이후 지식경제부와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는 호들값을 떨며 기름값 잡기에 나섰다. 지경부는 석유가격 점검반을 구성하고 국제유가와 국내 유가간 비대칭성을 점검한다고 밝혔으며 공정위도 정유사-주유소 간 수직계열화된 유통구조를 개선키 위한 불공정관행 조사에 나섰다.
 
공정위는 결국 26일 SK(003600)GS(078930)칼텍스, 현대오일뱅크, S-Oil(010950) 등 정유사들이 담함해 기름값 인하를 막아온 사실을 적발, 이들 정유4사에 총 434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는 지난 2009년 12월 공정위가 6개 액화천연가스(LPG) 회사의 판매가격담합 의혹에 대해 과징금 6689억원을 부과한 데 이어 역대 2번째 규모다.
 
이에 대해 정유사들이 담합하지 않았다며 법적 대응 방침을 밝히고 있어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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