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기성 김재은 박기용기자] 한국이 15일 세계 최대 경제권인 유럽연합(EU)과의 자유무역협정(FTA)에 가서명함에 따라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대 등 상당한 경제적 효과를 누릴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의 무역의존도가 70% 이상인 만큼 교역량 증대는 생산, 고용의 확대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특히 EU의 시장규모가 미국보다 크고 관세율도 높아 한미 FTA 보다 자동차, 전자제품, 섬유 등의 경제적 효과가 클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업종별 명함은 엇갈릴 전망이다. 대표적으로 자동차, 섬유는 큰 폭의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이지만 냉장·냉동 삼겹살 등 축산분야의 큰 피해가 우려된다. 일반기계, 정밀화학 등의 타격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 세계 1위 경제권과 FTA..실질 GDP 2~3% 증대 `기대`한국은 세계 1위 경제권인 EU와 FTA에 가서명함에 따라 FTA 후발 추진국에서 아시아, 북미, 유럽의 선진국-개도국-신흥시장과 FTA를 체결하는 국가로 성장하게 됐다.
특히 관세철폐 및 인하로 인한 수출 확대 등 우리 기업의 경제영토가 대폭 확대돼 실질 국민총생산(GDP) 증가 등의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무역의존도가 70%를 넘어서는 우리 경제의 성장기조를 회복시키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국내 투자여건 개선으로 외국인직접투자(FDI)의 확대와 경제시스템의 투명성, 신뢰성, 개방성을 높여 생산성을 향상시키는데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효과를 감안할 때 제조업, 서비스업 등의 일자리를 늘리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함께 관세철폐에 따라 EU산 제품의 가격이 떨어지고, 다양한 상품의 수입이 활성화돼 소비자 선택폭이 확대되는 등 국민의 후생 증대 효과도 예상된다. 이밖에 EU와 경쟁관계에 있는 미국을 자극해 한-미 FTA 비준을 촉진하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지난 2005년 `한·EU FTA의 경제적 효과 분석` 보고서에서 최종 발효시 국내 GDP는 단기적으로 2.02%(15조원), 장기적으로 3.08%(24조원) 올라갈 것으로 예측했다. 수출 규모도 단기·장기 각각 2.62%(65억 달러), 4.47%(110억 달러)씩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27개국으로 구성된 EU의 경제규모(GDP)는 지난해 18조4000억달러로 미국(14조3000억달러), 일본(4조9000억달러)을 능가하는 세계 최대다.또 한-EU FTA 경제규모는 19조3000억달러로 미국·멕시코·캐나다의 NAFTA(16조9000억달러)를 넘어서고 있다.
한국과 EU의 교역규모는 984억달러(비중 11.5%)로 중국 1683억달러(19.6%)에 이어 두번째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의 대 EU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184억달러로 중국(145억달러), 미국(80억달러), 일본(-327억달러) 등 4대 교역권역중 가장 많다. 수출품목은 선박, 휴대폰, 승용차 등 3대 품목이 전체의 44%에 달한다. EU로부터는 의약품, 반도체장비, 자동차부품, 승용차 등을 주로 수입하고 있다.
◇ 차 섬유 `싱글벙글`무엇보다 최대 수혜는 자동차와 자동차부품으로 꼽힌다. 현재 EU의 차관세율은 10%, 우리는 8%로 관세철폐 효과는 우리측이 좀 더 크다. 양측 모두 배기량 1500cc를 기준으로 중대형은 3년 이내, 소형은 5년 이내 관세를 모두 철폐해야 한다. 양측의 자동차 수출입 확대가 예상된다. 한국차의 수입관세(10%)가 철폐되면 대당 1000유로(200만원 정도)의 가격인하 효과가 예상돼 수출이 확대될 전망이다. 유럽차의 수입관세(8%)가 없어지면 현재 1억3000만~2억6000만원인 벤츠 S클래스는 1억1950만~2억3910만원으로 대당 2000만원이상 크게 싸진다. C클래스는 380만원 내려간 4270만원이면 살 수 있게 된다.
섬유는 주요 수출품목인 화학섬유원사의 관세율 4~12%가 철폐될 경우 가격경쟁력 확보에 유리하다. 다만 EU의 원산지규정에 맞추는 것도 수출확대의 관건이다. 반면 우리측도 EU 의류제품에 부과하는 8~13%의 관세가 함께 사라져 루이뷔통, 까르띠에 등 유럽산 명품브랜드 및 고가의류 등의 수입이 늘어날 전망이다.
전기전자의 경우 수출금액 비중이 큰 휴대폰, 반도체 등 IT제품은 이미 영세율(관세율 0%)을 적용받고 있다. 발효후 즉시 관세가 철폐되는 냉장고(1.9%) 에어컨(2.7%)등의 관세율도 낮아 긍정적 효과는 미미할 전망이다. 현재 14% 높은 관세율이 적용되는 컬러 TV 등 영상기기의 수출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또 비 ITA협정품목인 디지털가전제품, LCD모듈, 전지 등은 가격 경쟁력이 높아질 전망이다.
석유화학은 소폭 흑자가 예상되지만 정밀화학은 수입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중장비, 공작기계 등에서는 EU 수출확대가 예상된다.
◇ 일반기계 정밀화학 `타격`..철강조선 `無` EU의 기계, 정밀화학 경쟁력은 세계적 수준으로 일본과 미국 수입을 대체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전자 의료기기 등 정밀기기분야는 지멘스, 필립스 등 EU기업들에 비해 우리 기업들의 규모나 기술력이 뒤쳐진다. 이에 따라 우리는 관세철폐기간 7년을 예외적으로 인정받은 40여개 품목중 기타기계류, 밸브, 베어링, 건설중장비 등을 포함시켰다. 다만 이같은 부품수입 증가는 대일무역역조 개선을 이끌 전망이다. 정밀화학은 의약 등 고부가가치 시장 잠식이 예상된다.
우리의 주력 수출품목인 철강과 조선의 경우 이미 상당수 품목이 관세가 없어 직접적 혜택은 거의 없다. 철강제품중 상당수는 영세율(0%)을 적용받고 있으며, 선박 역시 현재 양측이 관세를 매기지 않고 있다. 다만 관세가 있는 주단조강과 비철금속은 소폭의 수입증가가 예상된다.
서비스업은 방송, 통신 등의 개방 확대에 따라 제작 환경이 개선되고, 요금인하 효과가 발생할 전망이다. 저작권 보호기간이 사후 50년에서 70년으로 늘어나 해외 저작권료가 늘어날 것으로 보이며, 상호 금융기관들의 진출이 확대될 전망이다.
재정부는 업종별로 자동차, 전기전자, 섬유, 기계, 석유화학 순의 수출 증대효과가 예상되며, 수입은 전기전자, 기계 정밀화학, 자동차, 섬유 순이 될 것으로 보인다.
◇ 농업 생산감소액 2.3조..94%가 축산 분야한-EU FTA 체결에 따라 가장 큰 피해가 우려되는 부분은 농업 분야다. 그중에서도 특히 축산 분야의 생산 감소가 우려된다.
이에 따라 정부는 EU로부터 수입이 많은 냉동·냉장 삼겹살의 관세철폐 기간을 10년으로 확보했다. 2014년 철폐로 돼 있는 한-미 FTA보다 장기다.
또 쌀의 경우는 아예 양허에서 제외했고, 고추·마늘·양파·대두·보리·감자·인삼·감귤·흑설탕 등 9개 품목은 현행관세를 유지했다. 생산·유통 기간이 비슷한 오렌지, 포도 등에 대해서는 계절관세를 도입하고, 우리나라 주 생산품종인 후지사과, 동양배의 관세철폐 기간을 다른 사과와 배보다 10년 더 긴 20년으로 했다.
쇠고기와 냉장 돼지고기·맥주맥 및 맥아·사과·설탕·인삼·발효주정·감자전분·변성전분 등 9개 품목에 대해선 세이프가드(ASG)를 설정해 수입량이 급증하는 경우 관세를 인상할 수 있도록 했다.
낙농제품에 대해서는 양허기간을 10년 이상으로 장기화했다. 대신 전·탈지분유, 치즈, 버터, 유장 등에 대해선 무관세 물량(TRQ)을 설정하기로 했다.
정부는 EU의 농업분야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낮아 전 분야에 영향을 미치는 한-미 FTA와 달리 돼지고기, 낙농품, 닭고기 등의 축산분야에만 제한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유병린 농림수산식품부 통상정책관은 "한-EU FTA에 따른 농수산물 생산감소액은 발효 15년차에 2481억~3172억원 수준이 될 것"이라며 "이는 15년 후 관세가 완전 철폐됐을 것으로 가정한 경우의 생산감소액으로, 15년 동안 누계로는 2조3000억원 가량"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15년차 생산감소액중 수산물 112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농산물 생산감소액의 94%가 축산 분야일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정부는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국내 축산분야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생산자 대표와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대책 대응반(TF)을 구성하고 올해 말까지 돼지고기 품질제고 등 이미 마련된 경쟁력 제고 대책에 대한 세부 추진계획을 준비할 방침이다.이러한 대책에도 불구, 수입 증가로 피해를 보는 품목에 대해서는 피해보전 직불금과 폐업 보상금을 지원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