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민당 2인자에 ‘당인파’ 모리야마…총무회장에 ‘아소파’ 스즈키
일본 주요 언론 등에 따르면 30일 이시바 총재는 이날 오후 자민당 본부에서 임시 총무회의를 열고 새로운 당 집행부를 정식으로 결정한다. 10월 1일 임시국회에서 기시다 후미오 총리를 이어 일본 총리로 취임하고 내각 인선을 발표하면 본격적인 이시바 내각이 출범한다.
‘당인파’(堂人派·일반정당 출신 정치인)로 여야를 아우르는 소통창구를 가지고 있는 모리야마 총무회장이 자민당 2인자 격인 간사장에 선임됐다. 총무회장에는 아소 다로의 처남인 스즈키 슌이치 재무상이 임명될 전망이다.
정조회장에는 오노데라 이쓰노리 전 방위상, 선거대책위원장은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이 내정됐다. 부총재에는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 최고고문에는 아소 다로 부총리가 각각 임명될 예정이다.
총리실은 내각의 ‘얼굴’인 관방장관을 기시다 후미오 정부에서 관방장관을 지낸 히야시 요시마사가 계속 맡기로 했다.
외무상에는 이와야 다케시 전 방위상이 임명되며, 방위상으로는 나카타니 겐 전 방위상이 재기용된다. 둘 다 이시바 총재와 가까운 사이로 이시바 총재가 주장하는 미일 지위협정 개정이나 아시아판 나토(NATP·북대서양조약기구) 창설에 대한 취지를 잘 이해하고 있다. 총리관저에서 안보정책을 담당하는 총리보좌관에는 방위부대신 경험자인 나가시마 아키히사가 기용됐다.
총재선거에서 이시바 총재의 추천인이었던 이들도 다수 이름이 보인다. 무라카미 세이이치로 전 행정개혁상이 총무상, 오자키 야스히로 총리보좌관이 농립수산상, 타이라 마사아키 당광고본부장대리가 디지털상, 이토 요시타카 전 농림부대신이 오키나와·북방담당상이 된다. 최측근인 아키자와 료세이 재무부대신은 경제재생상이 됐다.
여성 각료로는 어린이정책담당상에 미하라 쥰코 노동부대신이, 문부과학상에 아베 토시코 문과부대신이 기용됐다.
재무상에는 가토 가쓰노부 전 관방장관을, 법무상은 마키하라 히데키 전 경제산업부대신이 임명될 예정이다. 경제안보담당상에는 기우치 미노루 전 외무상이, 지방창생담당상에는 이토 요시타카 중의원이 내정됐다. 후생노동상에 후쿠오카 다카마로 자민당 참의원 정책심의회 의장을, 환경상에는 아사오 게이이치로 참의원 의원운영위원장, 부흥상에 이토 다다히코 중의원, 국가공안위원장에는 사카이 마나부 전 관방부관장을 등용하기로 했다.
총리관저에는 정무 담당인 관방부장관으로 타치바나 케이치로 중의원, 아오키 카즈히코 참의원이 각각 임명될 전망이다. 사무담당 관방부장관은 전 총무사무차관을 기용할 방침을 정했다.
◇다카이치·고바야시, 당직 제안에도 거절
총재선거 1차 투표서 이시바 총재는 154표를 얻어 다카이치 경제안보상에게 27표 뒤졌다. 그러나 1차 투표에서 히야시 관방장관을 지지한 구 기시다파나 고이즈미 전 환경상을 지지한 의원들의 표가 몰리며 결선투표에서는 215표 대 194표로 ‘역전승리’했다. 승리했지만 표 차이는 21표로 근소하다.
당내 표심을 고려해 이시바 총재는 27일 취임 직후 기자회견에서 총재선거에서 싸운 후보에게 “어울리는 직책을 부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적극적인 탕평책을 펼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다카이치 경제안보상에게 자민당 주요 3역 중 하나인 총무회장직을 타진했지만 그는 거절했다. 공식적인 거절 사유는 “요직에 기용된 경험이 없는 의원을 우선 기용해달라”는 것이었지만, 간사장 외에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 일본 주요 언론들을 통해 전해졌다.
총재선거 1차 투표에서 5위를 했던 고바야시 다카유키 전 경제안보상도 홍보본부장 자리를 고사했다.
이번 인사에서 ‘비자금 스캔들’에 휩쓸린 의원들은 1명도 없었다. 정치자금보고서를 제대로 작성하지 않은 국회의원은 구 아베파와 구 니카이파를 중심으로 50여명 정도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이번 선거에서 아베 신조 전 총리 계승을 공약한 다카이치 경제안보상과 고바야시 전 경제안보상을 지지했다. 이와 관련해 옛 아베파 측에서는 “따돌림당하는 것이냐”라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전했다.
총무상으로 무라카미 전 행정개혁상이 지명된 것 역시 주목할 만한 일이다. 그는 아베 신조 전 총리 암살 후 그를 ‘국적’(國敵)이라고 비판해 논란을 일으킨 인물이다. 이후 유족들에게 사과했고 1년간 당직 정지 처분을 받았다. 게다가 그는 다카이치 경제안보상과도 악연이 있다. 다카이치 경제안보상이 아베 정권서 총무상을 할 때, 그녀는 방송의 편향성을 기준으로 방송사 제재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이에 무라카미 전 행정개혁상은 앞장서 비판했다.
이시바 총재는 결선투표에서 다카이치 경제안보상을 지지한 아소 다로 부총재에게는 당 최고고문직을 제안했다. 29일 저녁 간사장으로 내정된 모리야마 총무회장이 아소 부총재를 설득했다고 한다. 이시바 총재는 아소 부총재가 총리 재임 시절, 경제성장률 추락 등을 이유로 사퇴를 촉구한 이후 견원(犬猿)의 사이다. 그러나 26일 총재선거 전날 이시바 총재가 직접 아소 부총재의 사무실을 찾아가 인사를 하는 등 악연을 해소하려는 노력을 했다. 그 덕분인지 아소 부총재는 당 최고고문직을 수락했다. 다만 아사히 신문은 “이로 인해 당내 분단 상황이 해소된다는 전망은 없다”고 평가했다. 이시바 총재는 다카이치 경제안보상을 지지한 가토 전 관방장관도 재무상에 기용했다.
문제는 내달 27일 있을 중의원 선거다. 이시바 총재는 내달 9일 중의원(일본 하원)을 조기 해산하겠다고 밝힐 것으로 전해졌다. 허니문 효과가 있는 사이 중의원 선거를 치러 국민의 재신임을 얻어내고 이시바 내각의 추진력을 키우겠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2025년 예산안을 편성할 시간도 남겨둔다.
이시바 총재는 취임 직후 기자회견에서 비자금 스캔들에 연루된 의원들을 후보로 내세우는 문제와 관련해 “선거대책본부에서 적절히 논의한 후 판단한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배제 원칙’을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검토 후 판단해보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그는 “그 사람을 후보로 내세우는 것이 적절한 지에 대해서 국민들을 설명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 책임을 기꺼이 지겠다”고 말했다. 후보 선발 기준에 대해서는 “각 선거구의 사정, 당선 가능성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마이니치 신문이 28~29일 18세 이상 유권자 1071명(유효 응답자 기준)을 대상으로 한 전화 여론조사에서는 ‘이시바 총재에게 기대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52%가 “그렇다”라고 대답했다. ‘기대하지 않는다’는 30%, ‘모르겠다’는 답은 17%였다. 새 총재가 우선 추진했으면 하는 정책 분야는 ‘물가 대책’이 25%로 가장 높고, ‘경기 대책’(21%)과 ‘정치자금 문제’(14%)가 뒤를 이었다.